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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일연구원 박영호 박사] “흡수형 통일시계 10분 빨라져”


한국에서 통일 가능성을 시간으로 표시하는 이른바 ‘통일예측시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가능성이 지난 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통일연구원 박영호 박사를 전화로 연결해 통일시계가 무엇이고 또 이번에 나온 결과가 갖는 의미 등을 들어보겠습니다.

문) 통일시계란 이름이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통일시계가 무엇이고, 또 어떤 취지에서 만들어졌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 흔히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 언제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 많은 관심들이 있죠. 사실 그런 것들을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앞으로 5년, 또는 10년, 20년 이렇게 장기적인 방식으로 통일의 시기를 전망하기도 하는데요. 저희 연구원은 그것을 보다 시각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통일은 앞으로 어느 정도 있으면 이뤄질 수 있겠구나, 또는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겠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그 동안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연구가 많은 경우 현상 분석이나 단기적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를 뛰어넘지 못했는데요. 저희 연구는 객관적인 데이터 즉 정량 데이터를 만들어 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북한 통일 문제, 그리고 북한 통일과 연관된 외교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패널을 구성해서, 좀 더 통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시각화하는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시계라고 말씀하셨으니까 과연 몇 시로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고요. 또 그 시간의 의미도 설명해 주시죠.

답) 보통 우리는 낮 12시간, 또 밤 12시간 해서 하루를 24시간으로 표현하는데, 일반적으로 24시간으로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렵죠. 그래서 통일시계는 12시를 시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완전한 통일이 이뤄지는 시간을 12시로 상정하고 얼마만큼 12시에 가까워졌는가를 평가하는 것이고 또 통일에 대한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2009년도에 전문가들에 대한 기초 연구를 통해 세 차례 연구를 했습니다만 2가지 방식으로 좁혔습니다.

하나는 흡수형 통일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합의형 통일시계입니다. 따라서 흡수형 통일시계의 경우에도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마찬가지로 합의형 통일시계의 경우에도 12시에 가까워짐에 따라 합의형 통일이 우리에게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겁니다.

문) 그렇다면 현재 통일 시간에 어떤 변화가 있다는 건가요?

답) 2009년도에 처음 본 연구를 시작해 조사했을 때는 흡수형 통일시계의 경우 5시 56분으로 평가됐는데 2010년에는 약간 후퇴된 5시 20분으로 나타났고 올해에는 작년보다 10분 전진된 5시 30분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른 한편 합의형 통일시계의 경우, 흡수형 통일시계 보다는 아직 통일의 시간에 상당히 멀리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2009년도 첫 조사에서는 4시 19분으로 나타났습니다만, 지난해 3시 45분으로 후퇴됐고 올해에는 3시 31분으로 지난해보다도 14분 후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그러니까 12시를 통일이라고 봤을 때 흡수형 통일 가능성은 12시에 더 가까워졌으니까 좀 더 늘어났다고 분석하신 거고요, 합의형 통일 가능성은 오히려 2009년부터 계속 점점 더 후퇴하고 있고 그 가능성이 점점 더 통일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얘긴데, 이렇게 결과가 나온 배경이 일단 궁금하고요, 흡수 통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아닙니까?

답) 네, 아무래도 합의형 통일의 경우에는 남북 관계가 좀 개선되고 남북간 교류협력 관계가 발전하고 정치적 신뢰 구축이라든가 양국 정부 간에 신뢰 있는 관계가 왕성하게 이뤄질 때 합의형 통일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실질적으로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또 북한 체제가 3대 권력 세습이라든지 하는 내부적으로 경제 면에서는 물론 사회적 이완 형태라든가 여러 측면에서 불안정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의형 통일의 가능성 보다는 흡수형 통일의 가능성이 2009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시간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금년의 경우만 비교해도 흡수형 통일의 경우 5시 30분인데 반해서 합의형 통일의 경우 3시 31분, 즉 흡수형 통일의 가능성이 2시간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볼 때, 상당한 정도로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반도의 통일이 현실화될 경, 흡수형 통일의 가능성이 2011년 현 시점에서 봤을 때는 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문) 네, 아무튼 전반적인 수치를 보니까 어쨌든 흡수 통일 가능성이나 합의 통일 가능성보다 2009년보다는 시간이 후퇴했는데, 그렇다면 어쨌든 통일에서 좀 더 멀어져 있다는 분석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세부적인 요인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정치, 경제, 주민통제 분야, 그리고 국제환경 분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정치 분야의 경우에는 북한의 통제 구조라든가 국제성이라든가 또 권력 갈등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견고하기 때문에 통일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나는 반면, 북한의 경제 이익이라든가 사회적 이완, 북한 주민들의 사유화 확산이라든가 정보 침투 현상,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 수준의 이완 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요인들로 봐서는 북한 내부의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흡수형 통일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 지금 말씀하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해서 상당히 시각적으로 통일에 대한 거리감을 표현하셨는데요.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의식이 좀 더 높아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 네, 그렇습니다. 저희 연구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한국 사회 내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의 경우 통일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평가합니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그런 측면에서 통일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또 대외적으로도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국제적인 여론을 좀 더 촉구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영호 박사로부터 한반도 통일 가능성을 시간으로 표시하는 `통일예측시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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