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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이 남북정상회담 3차례 하자고 제의”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은 한국 정부가 지난달 비밀접촉을 통해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비밀 접촉에 나선 한국측 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한국이 정상회담을 간청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 왜곡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남북간 불신의 골이 더 깊어져 남북대화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남북 비밀접촉의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답) 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1일 북한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지난달 9일 베이징에서 한국측과 비밀접촉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 한국측에선 통일부의 김천식 정책실장과 국가정보원의 홍창화 국장,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나왔다고 이례적으로 실명을 거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측이 6월 하순과 8월 그리고 내년 3월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를 위한 장관급 회담을 5월 하순 열자고 제안하면서 이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모든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한국측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측에 애걸했다는 게 북측 주장이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국방위 대변인은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 요구를 자신들이 거부하자 한국측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 이라며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한국측이 볼 땐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고 하면서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문제를 해결하자며 돈 봉투까지 내놓고 유혹하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지난달 30일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국방위 발표가 있었는데 이번 대변인 문답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겠죠?

답) 네 그렇습니다.

국방위 대변인은 오늘도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표현도 한층 거칠어져 역적패당 불한당 등의 용어를 여러 차례 썼습니다.

북측은 지난달 30일에도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와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자세하게 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 네, 정상회담 관련한 남북간 비밀접촉을 실명까지 언급하며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데요,

북측은 이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하면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과 관련해 그 진의를 북측에 전달했다는 한국 당국의 발표가 날조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한국측이 스스로 비밀접촉 사실과 내용을 비밀에 붙여달라고 해놓고는 베를린 제안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밀접촉 내용을 날조해 여론에 공개했다는 주장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앞서 지난 달 18일 “베를린 제안의 한국 정부의 진의가 북측에 전달됐다”며 “향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 남북간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주장이 일방적이고 왜곡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북측에 분명하고 확고하게 요구했다”며 돈 봉투 문제에 대해선 “황당한 얘기”라며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한국이 정상회담에 연연해서 입장을 수정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발표했다”며 “발표 형식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북한 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대응을 철저하게 자제하고 있습니다. 비밀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정상회담 관련 접촉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할 경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가능성의 싹을 아예 잘라버릴 우려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텐데요

답) 네, 전문가들은 여당의 지난 4.27 재보궐 선거 패배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한국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인 백승주 박삽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좀 더 흔들기다, 이명박정부의 권력기반을 더 흔들어서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고 남북관계를 북한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죠”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최진욱 박사는 “북한이 이처럼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최근 베이징에서의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는 것는 것 같다”며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려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답) 네 전문가들은 대부분 남북관계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는 미국과 중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의 움직임 등 외부 변수에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이 정도 가면 남북관계 회복이 상당히 쉽지 않다, 다만 외부 변수 특히 미국과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면서 6자회담으로 가는 이런 것에 대한 기대 속에서 기대를 갖고 좀 더 냉각기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만들어내는 미국과 중국의 노력이 가해진다면 남북관계가 뭔가 변화할 수 있는 그런 측면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이번 북한측 주장이 한국 내 이른바 보수와 진보진영간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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