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환율전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는 각국 정부가 앞다퉈 환율 조정에 개입하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환율전쟁이 지구촌 경제를 다시 대공황으로 빠트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환율 문제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데요. 환율전쟁. 대체 무슨 얘깁니까?
답) 여러 정부가 무역에서 경쟁력 우위를 갖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해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동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경기 부양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이제 가진 카드들을 거의 다 사용한 나라들이 마지막 수단의 하나로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겁니다.
문) 수출을 확대하려면 가격이 낮아야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에 손을 대고 있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주로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경제개발국에서 이런 환율 개입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이제는 일본과 한국, 타이완 등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문) 환율전쟁이 가열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 겁니까?
답) 돈의 흐름이 매우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또 대규모의 돈이 급속히 들어왔다 빠져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돼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문)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답)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달러를 많이 찍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달러의 위력이 많이 떨어지고 외국 투자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거죠. 더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자율이 거의 0 %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선진국에 투자한 돈을 빼내 고속성장으로 이자율이 높은 신흥경제개발국에 투자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문) 그럼 신흥경제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닌가요?
답) 투자 유치라는 장점도 있지만 자국 돈의 가치가 높아져 수출이 타격을 입는 단점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투자는 장기적 투자라기 보다는 단 기간에 수익을 얻고는 빠지는 변동이 많은 돈이기 때문에 경제를 어지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문) 통화 가치가 높은 나라가 경제력도 건실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네요.
답) 그런 말이 아직 정설이지만 적어도 불경기를 겪는 나라에는 적용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불경기에는 정부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야 하기 때문에 대개 세금이 오르고 정부 지출은 줄어듭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거죠. 그러려면 앞서 말씀 드렸듯이 수출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돈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죠.
문) 어떻게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겁니까?
답) 자국의 화폐를 팔아 통화 가치를 내리는 방법이 있구요. 중국처럼 정부가 돈의 가치를 저평가해서 관리하거나 아예 환율을 거의 고정시키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일본이 지난 달 엔화를 외환시장에 팔아 엔화의 가치를 떨어트리려고 시도한 방법이 좋은 예입니다.
문) 어쨌든 여러 정부가 환율 문제에 개입하면서 돈의 흐름이 매우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국제 금융기구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지구촌의 경기 침체로 이뤄졌던 국제 공조가 환율전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환율 갈등이 가속화되면 보호주의 무역을 야기해 경제 대공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 환율전쟁이 지구촌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환율 개입, 조작과 관련해 가장 비난 받는 나라가 중국이지 않습니까?
문) 그렇죠. 최근 들어 비판이 더 높아지고 있는 양상인데요.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이달 초 중국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중국 같은 경제대국이 통화 절상을 억제하면 다른 나라도 전철을 밟아 지구촌 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문) 그럼 중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원자바오 총리는 서방 세계의 요구대로 위안화를 20-40 % 절상하면 중국의 수출과 내수 시장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사회와 경제망이 크게 흔들려 전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문) 계속 환율전쟁의 불길이 번지는 양상 같은데요.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나요?
답) 네, 다행히 우려와 중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총회에서 이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며 해법 찾기에 나섰구요. 인도 재무부와 유럽 중앙은행도 환율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 이와 관련해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죠?
답) 그렇습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나라 정상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환율 문제에 대한 논쟁의 격전장이 될 수도 있고 국제 공조를 이끌어 내는 협력의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의장국인 한국경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서울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됐군요.가열되는 지구촌의 환율 전쟁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