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당,정,군의 직책은 물려받았지만 아직까지는 실권이 없는 명목상의 지도자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990년대 한국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북한 핵 위기를 다뤘던 한 전 장관은 8일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녹취:한승주 전 외무장관]
“KIM JONG-EUN AT THE MOMENT…
김정은이 지금 당,정,군의 직책을 갖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일성 주석이 가졌던 권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승주 전 장관은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도발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확고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양 내부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한승주 전 장관은 세 가지 관측을 제기했습니다.
우선 북한이 지난 몇 달간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등 상당히 도발적일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대남 도발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거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설명은, 현재 김정은 제1위원장은 물론 그 어떤 세력도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입니다. 따라서 북한 권력층 인사들이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과거의 강경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분야별로 역할분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라고 한 전 장관은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와 행정 문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맡고 군사와 외교는 몇몇 군부 원로들이 담당한다는 겁니다.
[녹취:한승주 전 외무장관]
“LED BY JANG SUNG-TACK…
이처럼 국방과 경제 등 주요 분야는 원로들이 다 맡아 하기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할 일은 어린이 놀이터를 찾아 관리원을 질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한 전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달 평양의 만경대 유희장을 현지 시찰한 자리에서 ‘잡초 제거를 제대로 안했다’며 관리원들을 질책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한 전 장관은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임을 베이징이 깨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 전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 수뇌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한승주 전 외무장관]
“CHINA PROBABLY SAW…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핵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진 것은 위기지만,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겁니다.
한승주 전 장관은 이어 시간이 좀더 흐르면 중국의 지도부가 북한을 동맹국이 아닌 ‘외교적 부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한반도가 남한 주도로 통일되더라도 중국에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승주 씨는 1993년부터 2년간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2003년부터 2년간 워싱턴주재 한국대사를 지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