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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음식 전문기자, '푸드 네트워크' 제이미 사이어


[여성 언론인 대담] 음식 전문기자, '푸드 네트워크' 제이미 사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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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연말연시 미국에서는, 곳곳에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전통이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여행과 모임을 자제할 것을 당국에서 권고했지만, 연말 분위기는 여전히 고조되는 중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음식 전문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음식 전문 방송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에서 인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제이미 사이어(Jaymee Sire) 기자인데요.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미국의 음식 전문 방송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에서 인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제이미 사이어(Jaymee Sire) 기자.
미국의 음식 전문 방송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에서 인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제이미 사이어(Jaymee Sire)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사이어) 네. 제 이름은 제이미 사이어입니다. 20년 가까이 된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이고요. 2002년에 워싱턴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언론계에 입문했습니다. 몬태나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 등지에 있는 지역 방송국들을 거쳤고요. 코네티컷주에 있는 스포츠 전문방송 ‘ESPN’에서 일할 무렵,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지금은 뉴욕시를 근거지로, ‘푸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음식 전문 방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스포츠 전문 기자에서 음식 전문 기자로 방향을 바꾸신 거네요? 이유가 뭡니까?

사이어) 좋은 질문입니다. 제 언론 경력 초기에서 중기까지의 활동은 스포츠 기자, 또는 스포츠 앵커에 초점을 뒀는데요. 동시에 개인적으로 음식과 여행에 관한 열정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여행을 주제로 조사ㆍ연구 활동을 벌여서, 개인 블로그(온라인 일기장)와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올렸는데요. 그 내용에 대중의 호응이 너무나 좋았어요. 그래서 아예 제 방송 활동의 중심을 음식 쪽으로 전환한 겁니다.

기자) 음식에 관한 열정이 커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이어) ‘음식’이나 ‘요리’에 관해, 보통 사람들은 취미 활동 정도로 여기는데요. 하지만 음식에는 우리 인간이 가꿔온 문화의 본질이 응축돼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류가 고도 문명의 주인공이 되기 전에,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나라나 민족 간에 문화가 다른 것처럼 음식도 지역마다 크게 달라요. 그래서 저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그곳의 음식을 맛보는 일을 했습니다. 시청자들께서는 저의 그런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시고 대리 만족을 하시는 거죠.

기자) 여러 나라를 다녀본 결과, 최고의 음식은 어느 나라 음식입니까?

사이어) 세계 최고의 음식이 뭐냐고요? 하하하…. 굉장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왜냐면, 저는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지마다 독특한 문화와 음식을 맛보는 일이 좋아하는데요, 각자 저마다의 가치가 있어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거죠. 특정 지역의 음식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농ㆍ수ㆍ축산업 현황, 그리고 사회 풍습과 문화가 녹아든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 건, 이곳에 그만큼 많은 칠면조가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주택가에 야생 칠면조가 돌아다니기도 하고, 농장에서도 많이 키우니까요. 그리고 성탄절에 옥수수빵을 먹는 건, 그만큼 미국에서 밀과 옥수수가 풍족하게 재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기자) 진행 중이신 방송 프로그램에선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한국 음식도 먹어 보셨습니까?

사이어) 네, 먹어 봤습니다. 한국 음식을 사랑해요. 그런데 아직 방송에서 다루기에는 한국 음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혹시 뉴욕에 오시거나, 제가 워싱턴으로 가면 한국 음식 ‘맛집’에 좀 데려가 주세요. 저희 방송에서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하하하.

미국의 음식 전문 방송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의 제이미 사이어(Jaymee Sire) 기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음식 전문 방송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의 제이미 사이어(Jaymee Sire) 기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 음식과 함께 여행에 관한 방송 활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사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라…, 그것도 참 좋은 질문이네요. 왜냐면 제가 직업 덕택에 세계 곳곳을 다니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몇 년 전에 남아공에 가서, 수도(중의 하나)인 케이프타운을 방문하고, 사파리(야생동물 관람)도 해봤는데요. 저의 ‘인생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이 남아있어요. 남아공은 ‘야생의 대륙’ 아프리카에 세워진 고도 산업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야생’과 산업이 공존하는 여행지를 좋아하시는 거군요?

사이어) 네. 그 밖에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들도 비슷한 성격을 가졌어요. 남미의 페루, 카리브해 섬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20여 개 나라를 다녀봤는데요. 앞으로 가볼 곳이 더 많아요. 그래서 기대가 큽니다.

기자) 그럼 지금까지 방송 경력이 얼마나 되신 건가요?

사이어) 아까 20년 가깝다고 말씀드렸는데, 학창 시절 인턴(수습 직원) 경험까지 합치면 훨씬 길어요. 말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방송계를 동경하고 ‘이게 내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방송 외에 다른 일을 하는 제 모습은 상상해본 적도 없어요.

기자) 방송계를 동경하게 된 계기는 뭡니까?

사이어) 아마도 고등학교 때 언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학교 신문 편집장으로 일했고, 졸업앨범 제작 위원으로도 활동했는데요. 그 일들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인쇄 매체 언론의 ‘맛’을 살짝 보고 매료된 셈인데요. 그 뒤로 방송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특별활동 연설반과 연극반에 가입해서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방송에서는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사실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런 훈련을 거치고 나서, 제 삶을 방송에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 그럼 20년 가까운 방송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은 뭔가요?

사이어) 하하, 그것도 좋은 질문이네요. 나빴던 일부터 말씀드리면, 방송인으로서 한창 주가를 올릴 때 정리해고된 적이 있어요. 2017년에 회사(ESPN)에서 경영상 이유로 기자와 보도 인력 등 100명을 내보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저였습니다. 뭐 그게, 음식과 여행 쪽으로 보도 활동을 전환한 또 하나의 계기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여전히 스포츠를 사랑합니다.

기자) 그럼 좋았던 일은요?

사이어) 좋았던 일은 굉장히 많아요. 스포츠 기자 시절에 (메이저리그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현장에서 보도한 걸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자이언츠가 2년 뒤 또 우승했는데, 그때도 제가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푸드 네트워크’에서 저한테 계약을 제의했을 때도 잊을 수가 없어요. 또한 ‘푸드 네트워크’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아이언 셰프 쇼다운(Iron Chef Showdownㆍ요리 대결 프로그램)’의 진행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을 때도 기억에 남습니다.

기자) 언론계가 남성 지배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여성 방송 진행자로서 이 정도로 주목받기까지,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사이어) 음…, (언론계의 양성평등 현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 직접 나서는 사람들만 봐도, 여성의 비중이 최근 크게 늘고 있잖아요. 시청자 중에 절반은 여성이니까, 당연히 그들의 시각에서 방송을 진행해줄 사람이 늘어야 하는 거죠. 선배 여성 언론인들이 노력하신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화면에 안 나오는, 제작진 중에도 여성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음식 관련 방송은 여성 시청자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 진행자가 계속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어요.

기자) 양성평등 현황이 나아지고 있어서, 개인적인 어려움은 없었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사이어) 그건 아녜요. 제가 처음 방송에 입문했을 땐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양성 간에 ‘봉급 격차(gender wage gap)’가 컸어요. 무슨 말이냐면, 같은 일을 하고도, 저는 남성 동료보다 훨씬 적은 보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방송 진행자의 성별 안배가 크게 나아졌다고 말씀드렸지만, 방송국 경영진은 아직도 대다수가 남성이에요. 이 문제는 방송ㆍ 언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주목하고 노력해야 할 사안이에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사이어) 와아, 그것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매체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계속해서 적대적인 발언을 하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바로 잡아야 할 문제인데요. 하지만 저는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분야를 담당한 기자라서, 미국의 언론 자유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제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쓰고, 방송에 나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고 있으니까요.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겁니까?

사이어) 흠, 좋은 질문인데요. 제 이름을 내건 종합 음식-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제이미 사이어 쇼’ 같은 거죠. 몇 년 안에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사이어) 그 두 가지 사안에 우리가 꾸준하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자유가 위협받으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손잡고 발전하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양성에게 동등한 대우가 보장돼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모두 세계적으로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세계인 모두가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누릴 때까지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제이미 사이어 음식 전문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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