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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변이 바이러스 잡을 속도전 필요" 블룸버그 논설위원, 페이 플램


[여성 언론인 대담] "변이 바이러스 잡을 속도전 필요" 블룸버그 논설위원, 페이 플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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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비롯한 변수와 우려도 여전한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를 추적해온 전문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의 페이 플램(Faye Flam) 과학 담당 논설위원을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페이 플램 기자가 과학 관련 주요 현안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페이 플램 제공)
페이 플램 기자가 과학 관련 주요 현안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페이 플램 제공)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플램) 네. 저는 페이 플램입니다. 과학 전문기자이고요. 블룸버그 통신에서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을 따르라(Follow the Science)’라는 팟캐스트(인터넷 방송)를 운영하면서, 직접 진행을 맡고 있어요.

기자) ‘과학을 따르라’는 항상 청취율 상위권에 있는 유명 팟캐스트인데, 어떤 내용인지 저희 청취자분들을 위해 설명해주시죠.

플램) 과학에 관해 광범위한 주제를 다뤄요. 과학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중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뭔지, 그 밖에 여러 가지 소재들을 골고루 다룹니다. 제가 지난해 과학 보도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풀리엄 펠로(Pulliam fellowship)’로 선정됐어요. 전문 언론인 협회(Society of Professional JournalistsㆍSPJ)에서 주신 영예인데요. 제가 원하는 보도 활동에 자금과 시설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 도움을 바탕으로 시작한 팟캐스트예요.

기자) 팟캐스트는 전통적인 언론과는 다른, 새로운 매체잖아요. 기자로서 경력이 오래되셨는데, 여기에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플램) 저는 인쇄 매체에서만 오래 일했습니다. 벌써 한 30년이 넘었을걸요? 1988년에 영국으로 건너가서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미국에 돌아온 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신문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외부 필진으로 기고한 적도 있고요. 지금 일하는 ‘블룸버그’도 방송이 있긴 하지만, 제가 쓰는 논설과 기사는 웹사이트에 나가니까, 인쇄 매체인 겁니다. 그래서, 제 음성을 직접 들려드릴 수 있는 팟캐스트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기자) 말하자면 ‘초보’이셨던 셈인데, 대중의 반응이 정말 뜨겁습니다.

플램) 네. 팟캐스트가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기존 매체는, 뭐랄까요, 한계가 좀 있어요. 지켜야 할 것도 많고요. 일단, 기사의 소재를 품위 있고 중요한 사안 중에서만 골라야 하고요. 사실을 밝힌 뒤 논거를 제시하는 방향도 매체의 논조에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팟캐스트는 모든 게 자유로워요. 소재도 제 맘대로 고를 수 있고, 결론도 제 뜻대로 맺을 수 있습니다. 기존 매체의 보도에서는 기자 개인의 생각을 넣는 게 금물입니다. 그런데, 팟캐스트에서는 제 판단과 의견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요. 또한 기존 매체에서 해소해주지 못하는, 과학에 관한 아주 사소한 궁금증들을 팟캐스트를 통해 자유롭게 풀어드리는 것을 대중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기자) 최근에 다룬 팟캐스트 소재나, 블룸버그에 쓰신 기사 가운데 중요한 것 한 가지만 소개해주시죠.

플램)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저 같은 과학 전문기자한테는 최근 가장 중요한 소재이고 주제입니다. 다른 쪽에서는 신경 쓸 여유가 사실 없어요. 특히 ‘변이 바이러스’에 관한 기사와 팟캐스트 내용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이제 전체 인구 절반에 육박하면서, 조만간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졌잖아요. 그런데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서, 이걸 백신으로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지가 대중의 걱정거리입니다. 그래서 변이 바이러스 종류와 기능, 그리고 확산 현황을 소개한 내용에 호응이 컸습니다.

기자) 그 결론은 뭡니까? 변이 바이러스를 기존 백신으로 통제할 수 있나요? 그리고 변이가 생기는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플램) 지금까지 나온 변이는 기존 백신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합니다. 백신 학자들 모두 그렇게 봐요. 그래서 속도 싸움입니다. 얼마나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느냐에 따라, 변이가 나올 가능성과 변수가 커지기 때문에, 그걸 줄여야 합니다. 한시라도 빠르게요. 그 수단이 바로 백신입니다. 백신 접종률을 신속하게 높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변이가 생기는 원인을 물으셨는데, 그건 진화론(Darwinian evolution)의 아주 기본적인 원칙에 기반한 겁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진화해요. 고등 동물의 경우 생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몇 세기가 지나서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구조가 단순한 하등 생명체는 며칠 만에도 진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환경에 맞춰 자기 자신을 바꿔나가는 거예요. 그 결과가 바로 변이 바이러스입니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의 정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1월 말, 신규 확진이 하루 20만 건에 육박했었으니까요. 정부의 코로나 대응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플램) 높이 평가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백신에 관해서 그래요. 정부가 제약업체들을 독려해 지속적인 생산과 수급을 관리하고, 공급과 접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규 확진이 최근 3만 건 대에 머물고, 사망자 수도 줄고 있잖아요.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만의 공적은 아닙니다. 미국이 충분하게 백신을 보유하게 된 것은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한 일이니까요. 이전 정부가 백신 개발 정책을 세우고 관리한 점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기자) 이전 정부가 씨앗을 뿌린 과실을 현 정부가 거두고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플램) 그건 아녜요. 백신을 개발시키는 정책과 그것을 접종시키는 정책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제약업체들은 기술이 있고, 이윤만 보장된다면 개발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정부가 그걸 관리하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접종 쪽으로 넘어가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됩니다. 미국은 자유 국가라서, 정부가 ‘백신을 맞아라, 말아라’ 국민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접종률이 인구 절반 수준이 된 뒤에, 진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잖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접종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접종률을 더 높이는 것은 정부 역량에 달렸습니다.

페이 플램 과학 전문 기자가 미국의 우주 개발 현황 보도를 위해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무중력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페이 플램 제공)
페이 플램 과학 전문 기자가 미국의 우주 개발 현황 보도를 위해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무중력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페이 플램 제공)

기자) 플램 기자 본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죠. 언론인이 되자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플램)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초반에, 탄소 배출 증가 문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오존층이 파괴된다는 우려가 처음 생겼고요. 지금 이야기하는 ‘기후 변화’ 현안의 원인이 그때부터 거론됐던 거죠. 그런데, 이런 소재들을 알기 쉽게 풀어서 대중에게 소개할만한 역량이 언론계에 부족했습니다. 과학 전문기자라는 개념이 그때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칼텍(Caltech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지구물리학(geophysics) 학위를 받았어요. 지구의 물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인데요. 기후 변화 문제가 지구 물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우주 개발 관련 기술에도 중요한 분야예요.

기자) 지금까지 30년 넘는 언론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 가장 좋았던 일은 뭔가요?

플램) 하아…, 그것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특정 사건이 딱 떠오르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전문기자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을 때가 가장 기분 좋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그런 일이 특히 많았어요. 블룸버그의 동료 기자들이 ‘변이 바이러스 문제가 커지는데, 이 부분에 관해 기사 좀 써줄 수 있겠어?’, ‘백신 개발 기술에 관해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 이런 식으로 요구할 때가 행복합니다. 이런 협력을 통해, 좋은 기사가 나오고 제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언론인으로서 큰 보람 가운데 하나니까요.

기자) 이렇게 과학 전문기자로 실력을 인정받게 되기까지,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플램) 아이고, 말도 마세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이라고 생각해요. 언론계는 정말 경쟁이 심합니다. 일단 주요 매체의 기자가 되기도 어렵고, 또 그중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만일 같은 실력과 같은 성격, 같은 생각을 가진 남성이라면, 조금 수월할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여성이라는 점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어요.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그것만 바라보고 달려왔습니다.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자고 생각했던 거예요.

기자) 실력으로 겨루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남성과 여성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플램) 그렇죠.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 ‘유리 천장’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처음 언론계에 들어온 30여 년 전만 해도 여성이 주요 매체의 기자가 되고, 과학 전문기자 타이틀을 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진 환경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젊은 여성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위축되지 말고 실력을 키우라’는 겁니다. 그러면 해낼 수 있어요. 블룸버그 논설위원이 된 제가 바로 그 증거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플램) 음… 점수를 매기기는 제 경험만으로는 좀 어렵고요. 일단, 저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기자로서 하고 싶은 말을 아무런 제한 없이 하고 있으니까요. 미국의 언론 자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언론인들이 당국의 압력을 받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압니다. 사실을 보도한 이유로 해고되거나 잡혀가는 일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미국에 태어나서 기자 생활을 하는 게 정말 행운이라고 믿어요.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플램) 하하, 엄청난 질문이네요. 그때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 활동을 더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요즘 온라인을 중심으로 언론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기자 일을 너무 쉽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매체가 이렇게 보도했다더라’든가, ‘누가 이렇게 말했다더라’하는 식의 기사가 많습니다. 직접 발로 뛰어서 취재하고, 직접 사람을 찾아 인터뷰하는 보도는 줄어들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기사 자체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스스로 낮아질 뿐만 아니라, 기자의 책임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언론인들의 사명도 점점 옅어져요. 언론 자유를 스스로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정보의 원천을 직접 찾아서 취재하고 보도할 거예요. 그래서 젊은 세대 기자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플램) 두 가지 모두 믿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가치입니다. 결핍된 곳에 계신 분들은 꾸준히 싸워나가야 합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뭡니까? 국민이 주인이라는 이야기잖아요.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이 없으면서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하층 시민으로 대우받는 사회가 있다면 분명히 잘못된 겁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페이 플램 블룸버그 논설위원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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