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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바이든 포용정책 기대 고조"...이민 전문기자, 드네 킹


[여성 언론인 대담] "바이든 포용정책 기대 고조"...이민 전문기자, 드네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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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정책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사회 내외적으로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민 분야인데요. ‘인종 정의’와 ‘포용’, 그리고 ‘다양성 확대’를 내세운 새 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경 이민 정책들을 속속 뒤집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민 전문기자를 초대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하이오주 유력 신문 ‘콜럼버스 디스패치’ 소속 드네 킹 기자인데요.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콜럼버스 디스패치’ 소속 드네 킹 기자.
‘콜럼버스 디스패치’ 소속 드네 킹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킹) 네, 제 이름은 드네 킹(Danae King)입니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콜럼버스 디스패치’ 신문사 소속이고요. 종교ㆍ이민 전문기자로 언론 경력 내내 활동해왔습니다.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향적인 이민 정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킹) 이민 사회의 반응은 한마디로 ‘낙관적’입니다. 이민자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대통령이 취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고조된 상태예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에는 외면받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게 이민 사회의 현실이거든요.

기자) 그런 기대감 외에, 실제적인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까?

킹) 네. 난민 수속과 재정착 등을 도와주는 기관들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묶였던 (난민 수용) 경로들이 이제 속속 풀리고 있으니까요. 그런 시행령이 현장에 내려오면서, 그동안 적체된 대상자들을 수용해줘야 하는데요. 난민 프로그램을 거의 ‘재건’하는 수준으로, 대규모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자) 이게 미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십니까?

킹) 이민자 중심인 소수인종 사회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특히 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미국에 먼저 들어와 있던 이민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ㆍ비자 수속 중단 조치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동안 관련 기관들이 해줄 수 있는 말은 ‘당신 가족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저희도 모릅니다’, 이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구제 조치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가 다시 만나는 뉴스가 앞으로 쏟아질 겁니다.

기자) 킹 기자 본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죠. 종교와 이민을 전문 분야로 삼은 이유는 뭔가요?

킹) 둘 다 취재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어려운 일들을 해내자는 용기를 가지고 나선 겁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 이슬람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언론이 접근하는 게 굉장히 힘듭니다. 이민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영어가 아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에게 주류 언론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미국 사회의 이방인으로 남게 됩니다.

‘콜럼버스 디스패치’ 소속 드네 킹 기자(오른쪽)와 '하모니 프로젝트' 설립자 데이비드 브라운 씨.
‘콜럼버스 디스패치’ 소속 드네 킹 기자(오른쪽)와 '하모니 프로젝트' 설립자 데이비드 브라운 씨.

기자)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은 뭔가요?

킹) 제가 쓴 기사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때가 가장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가톨릭교회 내에서 사제들이 오랫동안 벌여온 아동 성추행에 관해 특집 기사를 썼어요. 이 문제를 몇 년 전부터 계속 추적 보도했었거든요. 관련 사건이 미국 곳곳에서 크고 작게 일어났지만, 심층 보도를 한 건 처음입니다. 이 특집이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졌어요. 그래서 ‘사제 성추행을 파헤친다’라는 제목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그동안 써온 관련 기사와 취재 자료 등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익명 제보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파장이 계속 커졌어요.

기자) 그런 보도 활동의 결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킹) 교회 측에서 사과하고, 관련 사건들을 전담할 여성 사회복지사를 고용했어요. 피해자 상담을 맡긴 겁니다. 이전에는 사제들이 하던 일이었거든요. 사제들이 성폭력 가해자인데, 피해자 상담 임무를 동료 사제들에게 줬던 거예요.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이걸 바꿔놓은 게 제 보도 활동의 성과입니다. 또한 종교기관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던 당국의 태도도, 심층 보도 이후에 변했습니다.

기자) 킹 기사가 쓴 사제 성추행 관련 기사들이 여러 매체에 인용됐는데요. 이렇게 언론계에서 주목받게 되기까지, 여성이라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킹) 한마디로 답하기는 힘든 질문이네요. 왜냐면, 선배 여성 언론인들보다 저는 (양성평등과 관련해) 훨씬 좋은 환경에서 일해왔습니다. 그 점에 선배들께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언론계 전반이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현실이에요. 남성 동료가 저를 진지하게 동료로 대우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취재원들도 ‘여자가 무슨 기자야’라면서, 협조를 안 해주시는 때가 여전히 많습니다.

기자) 동료나 취재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킹) 네. 그런데, 관계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여성들은 직장 내에서 평가 기준부터 달라요. 외모와 옷차림, 그리고 조신하게 행동하는지, 이런 것들을 주로 지켜봅니다. 남성들은 업무 실적과 실력으로만 판단 받는 데도 말이죠. 그래서 여성이 일터에서 성공적인 존재가 되기는 남성보다 몇 배 어렵습니다. 신문사를 포함한 언론기관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기자) 사회적 관념이 아직 양성을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건가요?

킹) 그렇습니다. 건전한 양성 관계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여성들은 공동체 안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다양한 위험에 매일 매일 노출돼 있습니다. 제가 취재하는 이민자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다른 언어를 쓰는 이민자 신분이 겹치면,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를 당해도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요. 그런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도움받을 길을 제시하는 것도 언론의 사명입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킹) 9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표현하는 등 도전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언론 자유는 손상되지 않고(intact) 유지돼 왔기 때문에,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언론 자유의 핵심을, 우리 미국 사회가 역사를 꿰뚫어 지켜온 거예요. 권력자가 특정 기사 내용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대중에 전달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언론 자유의 핵심이잖아요. 이건 미국 사회에서 아무도 제거할 수 없습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킹)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충실한 ‘감시견(watch dog)’이 되고 싶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정부와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길 희망합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킹) 역사상 어느 때보다 언론 자유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된 세계 곳곳의 정치인들이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니까요. 물리적으로 탄압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언론인들이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양성평등’의 개념조차 없는 나라도 있습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하는 노력이 공론화되도록 모든 세계인이 나서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드네 킹 종교ㆍ이민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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