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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CNN '뉴스룸' 앵커, 애머라 워커


[여성 언론인 대담] CNN '뉴스룸' 앵커, 애머라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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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굵직한 뉴스가 많은 한 해였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뉴스 전문방송 CNN의 앵커를 초대했습니다. 종합 뉴스 프로그램 ‘뉴스룸(News Room)’ 등을 진행하고 있는 애머라 워커(Amara Waker) 앵커인데요.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미국 뉴스 전문방송 'CNN' 앵커 애머라 워커.
미국 뉴스 전문방송 'CNN' 앵커 애머라 워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워커) 네! 제 이름은 애머라 워커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한국식 발음으로) ‘아마라’라고 부르시는데요. ‘아므라’라고 부르는 형제도 있어요. 발음이 참 다양하죠. 하하하. 대게 ‘애머라’라고 불러주십니다. CNN 기자이자 앵커이고요. 이 일(방송)을 한 지는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아이고, 제가 나이를 꽤 많이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한국계 이민 2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님께서 북한 출신이시죠?

워커) 네. 저희 아버지는 개성에서 자라셨어요. 휴전선 북쪽에서 멀지 않은 도시죠. 지금 북한 땅이고요. 거기서 한국전쟁 때 월남하셨는데,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오셔서 저를 낳으셨습니다. 저는 서부 최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 근교 글렌데일에서 태어나, 오렌지카운티에서 자랐고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정치학과 방송언론학을 전공했습니다. 원래 성은 ‘손’ 씨고요, 결혼한 뒤 ‘워커’가 됐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의 후손이신 셈인데, 북한에 계신 분들께 특별히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습니까?

워커) 음..., 저는 ‘한국’을 하나의 나라로 간주해요.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한 핏줄이잖아요. 저희 아버지는 생전에 남북이 통일되는 걸 반드시 보길 원하셔요. 그래서 고향 집에 꼭 갈 수 있길 바라십니다. 지금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건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해, 북쪽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뿐이에요. 언젠가 남북한이 자유 국가로 통일해서, 아버지가 고향 집에 가시는 걸 저도 꼭 보고 싶습니다.

기자) 올해 뉴스가 참 많았잖아요. CNN 앵커로서, ‘올해의 뉴스’를 단 하나만 꼽으라면 뭐로 정하시겠습니까?

워커) 당연히 코로나 사태죠! 아니다, 미국 대선도 있네요? 음…, 미국 뉴스로는 대선을 꼽겠고요. 세계 뉴스에선 코로나 사태로 정할게요. 이렇게 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와 대선을 함께 치른 건, 기자로서 정말 잊지 못할 한 해였습니다. 시청자분들도 마찬가지이고, 우리 미국인들 전체로 봐도 그렇죠. 불확실성이 강한 대형 사건을 두 개를 동시에 겪어 냈으니까요. 게다가, 두 사건 모두 현재 진행형이에요. 코로나 팬데믹은 언제 잦아들지 아직 모르는 형편인데다, 물러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잖아요.

미국 뉴스 전문방송 'CNN' 앵커 애머라 워커.
미국 뉴스 전문방송 'CNN' 앵커 애머라 워커.

기자) 언론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뭔가요?

워커) 하하, 좋은 질문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가는 이유는, 제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책을 통해, 저 자신을 교육하는 걸 지금도 사랑합니다. 책 중에서도 좋아하는 게 자서전이나 전기인데요. 특정 인물의 인생을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정보를 습득하고 제 안에 축적해놓는 걸 좋아하는 건데요. 그래서 제가 교사가 되어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이에요. 정보를 수집해서, 시청자와 독자들께 정확한 사실과 맥락을 알리는 게 언론인의 역할이니까요.

기자) 언론의 역할은 진실한 정보를 파악해서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하시는 거군요?

워커) 네. 어떤 면에서 볼 때 저는 카메라 앞에 선 교육자(educator)라고 생각해요. 정보 홍수의 세상에서, 어떤 게 진실이고, 또 어떤 게 필요한 정보인지 가려내, 시청자들께 알려드리는 일을 하니까요.

기자) 20년 가까운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은 뭔가요?

워커) 하하, 가장 나빴던 일은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 겪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았던 일은 CNN에 채용됐던 순간이에요. CNN은 민간 뉴스 방송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시청자가 많은 매체잖아요. 많은 사람의 하루하루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에서 일할 수 있는 지금이, 제 경력의 하이라이트(정점)라고 믿습니다. 게다가 앵커까지 하고 있잖아요.

기자) CNN에 진출하기 전에는 지역 방송국에서 일하셨습니까?

워커) 네, 물론이죠. 시카고에 있는 ‘폭스뉴스’ 계열사, 그리고 마이애미에 있는 ‘NBC’ 계열사에서 일했고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뉴욕시에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 2012년 CNN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세계 각국으로 송출하는 ‘인터내셔널(국제) 네트워크’의 앵커였어요. 그때는 메이저 방송계를 배우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주요 뉴스들을 다루는 경험을 했으니까요. 지금은 미국 내 시청자들을 위한 ‘US 네트워크’에서 앵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자) 여성으로서 언론계에서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워커) 음…,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 성별 때문에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은 없어요. 오히려, 언론계에서는 여성이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해야 할 때, 상대적으로 쉬워요. 남성이 방송 장비를 들고 다가서는 것보다, 여성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주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성은 남성보다 공감 능력이 크기 때문에, 속 깊은 곳에 있는 말들을 끌어내는데 유리한 거죠.

기자) 그럼 언론계 전반적으로 볼 때, 보도 내용이나 취재 인력 배치 등에 양성 균형이 어느 정도 맞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워커) 아시아계 미국인이 과소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계를 포함한 소수 인종의 시각과 목소리가 실제 사회적 비중만큼 보도에 드러나지 않고 있어요. 제 생각에, 현재 미국 언론 보도에서 성별 불균형보다 심각한 게 인종 불균형입니다. 특히 올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커지면서, 인종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됐잖아요. 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해 더 목소리를 낼 생각입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워커) 음…, 이전보다 점수가 낮아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백악관 측에서 수년째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규정해왔잖아요. 백악관에서 내놓는 ‘가짜뉴스’ 비난 등을 근거로, 저희한테 항의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건 언론인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예요.

기자) 언론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언론 자유가 이전 같지 않다고 보시는 겁니까?

워커) 객관적인 수치도 있어요. 이전 정부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언론 브리핑 횟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이건 제가 특정 정파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고요.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들을 기회는 최대한 많이 보장돼야 합니다. 언론 자유의 기본이에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혹은 무소속이든 상관없어요. 정치 지도자이고, 공직자라면 언론에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열린 태도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겁니까?

워커) 하하, 좋은 롤 모델(모범)이 되고 싶어요. 저희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로서의 롤 모델, 그리고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좋은 기자와 앵커로서의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특히 저한테는 가족이 소중해요. 지금은 아이들이 어리지만, 10여 년 뒤에 자라서 저한테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역할도 훌륭하게 해냈고, 여성 언론인으로서도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고요. 그리고 언론인으로서는 ‘자유롭고 두려움 없이 100%를 던진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기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워커)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사안 모두에 관해서요. 성별과 인종을 아우르는 다양성은 어느 사회에서나 발전시켜나가야 할 가치입니다. 특히 언론계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해요. 언론은 사회 곳곳의 목소리가 유통되는 통로이니까요.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언론을 독과점할 수 없는 겁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뉴스 전문방송 CNN의 어매라 워커 앵커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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