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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이 김정은에게 바라는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새 지도자 김정은이 등장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정권이 바뀌면 사람들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있기 마련인데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최원기 기자가 탈북자들과 대북 사업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비롯한 평양의 새 지도부가 식량과 전기, 그리고 장마당 활성화 등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서울의 탈북자들이 밝혔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식량 배급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탈북자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승철] “딴 게 있겠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게 먹는 거, 전기,땔감 이런 게 가장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이죠.”

북한의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자 김은호 씨도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배불리 먹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은호] “명절에 푸짐하게 밥이나 배불리 먹었으면, 잠이나 제대로 자고, 일이나 좀 쉬운 것 했으면 하는 그런 바램 밖에는 없습니다.”

평양교원대학 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2008년 한국으로 탈출한 탈북자 이숙 씨는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장사를 자유롭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숙] “배급을 한 숟가락만큼 주고 장사를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장사를 해야, 팔고 사고 해야 간신히 이밥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까 장사를 못하게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처럼 장사를 맘대로 해라..”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전기 공급을 늘려줄 것도 바라고 있다고 탈북자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탈북자 김승철] “북한 사람들이 전기를 24시간 공급하기를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밥할 때, 저녁 시간에라도, 평양도 전력 사정은 나쁘다지만, 시골은 하루종일 전기를 안줘요, 그러니까 시골 사람들은 전등 불빛 아래서 살고 싶고…”

북한의 농업과학원에서 근무하다 1990년대 중반에 탈북한 이민복 씨는 북한 농민들이 개인농을 도입하거나 자신의 텃밭에서 맘껏 농사를 짓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민복] “중국에서 개혁개방하고 성과가 좋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염원이 농민은 물론이고 당시 서관히 농업담당 비서도 주장했고, 저도 개인농을 주장하다 탈북했구요, 자기 텃밭과 농장밭이 수확에서 5배나 차이가 나거든요, 모든 농민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죠”

북한의 병원을 비롯한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도 변변한 약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탈북자 이숙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이숙] “병원에 가니까, 무슨 약을 먹으라고 종이에 써주더라고요. 그래서 애가 열이 나는데 지금 약을 먹어야지 하니까, 병원에 무슨 약이 있느냐고 소리소리 지르며 내쫒더라구요, 정말 무상치료가 아니더라도, 돈을 좀 내더라도,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은…”

북한의 학생과 군인 등 젊은이들은 김정은을 비롯한 새 지도부가 ‘무리배치’를 중단할 것을 바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리배치란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들을 탄광이나 협동농장에 강제로 배치하는 것입니다. 탈북자 장근혁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장근혁] “군대 가서 10년-13년 복무했다가 돈이 없으면 탄광, 농장에 무리배치하고, 돈이 있는 사람은 좋은 직장이나 대학으로 가니까 문제가 엄청 많지요.”

한편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남북관계가 하루빨리 개선돼 북한 근로자를 좀 더 많이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의 한국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의 말입니다.

[녹취:개성공단 한국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 “현재 개성공단에는 123개 업체가 가동 중인데, 필요 인력은 7만5천 명인데, 공급인력은 5만 명에 불과해서 2만5천 명이 부족해 일부 업체들이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유창근 부회장은 또 개성공단이 발전되려면 통행, 통신, 통관 등 남북간에 합의된 ‘3통 협정’이 빨리 실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민간 구호단체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 채널이 모두 끊긴 상태라며 북한이 연락을 빨리 재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박현석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녹취: 대북협 박현석 사무총장] “일하면서 애로점이라고 하면 우리가 북측에 만나자고, 물자를 보내겠다고 해도 응답이 없는 거죠.”

이밖에 한국의 실향민들은 북한의 새 지도부가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성의를 보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천만이산가족협의회 이상철 위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일천만이산가족협의회 이상철 위원장] “지금 6.25 전쟁이 난 지 61년째 되지 않습니까. 그때 10대20대인 분들이 지금 70-80 고령이 되셨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계신데..”

실제로 한국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12만 명 가운데 5만 명이 고령으로 사망해 현재 생존자는 7만 여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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