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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의 ‘신종 코로나’ 지원에 북한 반응 없어 안타까워”


지난달 22일 북한 평양에서 버스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북한 평양에서 버스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이란에 대한 미-한 두 나라의 지원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북한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도주의적으로 북한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이 이런 외부 사회의 협조 의사에 반응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지원 의사 표명에 따른 한국 정부의 참여 여부에 대해 “그런 구체적 방법론, 각론까지 들어간 단계가 아니”라며 우선 “북한으로부터 호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달 중순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진단 키트와 마스크 등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가에선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보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망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이란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인정하고 있다”며 “한국도 그 속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려는 방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의료물품을 신속히 지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미국, 이란 측과 적극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한 양측은 이른바 ‘스위스 매커니즘(스위스 인도적 교역 절차ㆍSHTA)’을 통한 지원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매커니즘은 지난 1월 스위스가 이란에 의약품을 수출했던 방법으로 이란과의 거래가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재무부가 보증하는 대신 거래 과정과 물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 같은 지원 요청이 북한과는 사뭇 대조적이라며,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두 나라의 체제 속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개발국 지원 민간단체인 굿파머스 동용승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이란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체제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 코로나가 확산돼 있다는 게 이미 다 알려진 사항이기도 하고. 반면 북한은 이런 지원을 통해서 북한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이규창 박사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해왔기 때문에 평양 등 주요 도시 이외의 지방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진단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과의 접경 지역과 주요 도시가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박사는 주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차원에서 보면 북한 당국이 외부 지원에 응해야 하겠지만 체제 유지 차원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규창 박사] “지원 요청을 한다는 게 북한 내 코로나19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주민들한테 동요도 있고 김정은 리더십에도 상처가 가기 때문에 기존 태도를 봤을 땐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산정책연구원 제임스 김 박사는 북한이 미국의 지원 의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자칫 핵 협상의 지렛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박사] “So They don’t wanna use that chip by asking either S.Korea or U.S. to help because once they do that they need to do something else and return for the U.S & S.Korea.”

제임스 김 박사는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에 상응한 무언가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지원이 성사될 경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선 북한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임스 김 박사는 미-한 두 나라의 이란 지원이 이뤄져 이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성공하고, 북한 내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해질 경우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재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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