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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미국 내 탈북민 자영업자들도 타격


미국 동부에 정착한 탈북민 데보라 씨가 운영하는 해산물 가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탈북민 출신 자영업자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출이 크게 줄고, 그럼에도 직원들 급여는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훨씬 열악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크게 두렵지는 않다고 말하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미 동부에서 자영업을 하는 탈북민 출신 데보라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미 동부에서 해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데보라 씨는 지난 2006년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후 요즘 가장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데보라 씨] “어제 남편과 얘기하다가, 아니 이게 살다가 진짜 뭔일이야? 우리 부모님 세대는 몸으로 전쟁을 겪었다고 하지만, 저희는 소리 없는, 보이지도 않는 적과 싸우는 전쟁을 하고 있구나. 신기한 경험이다.”

결혼 후 해산물 가게를 수 년 간 운영했지만, 매출이 이렇게 갑자기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데보라 씨] “30~40% 매상이 내려간 거죠. 작년보다는. 아직 절반은 아니고. 당장 직원들 주급이 걱정이죠. 1~2명이 아니라 몇 명이 되니까. 다행히 작년에 세이브한 돈이 있거든요. 그걸 좀 풀며 기다리면 상황이 좀 나아지려나.”

이 지역의 해산물 판매는 겨울에 잠잠하다가 봄부터 매상이 많이 오르는데, 지금은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어 당혹스럽다는 겁니다.

데보라 씨 부부는 이 때문에 매장 주차장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등 다양한 조정에 나섰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원래 안 했었는데, 커브사이드 픽업도 직접 해주고. 머리를 맞대고 방법 하나하나를 찾고 머리를 짜내서, 적은 인원으로라도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노력하고 있어요.”

데보라 씨처럼 미국 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미국중소기업협회(NSBA)가 이달 중순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 중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타격을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객과 손님이 많이 줄고 있고, 회원의 38%는 재정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응답했습니다.

데보라 씨도 이 때문에 2조 달러에 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어떻게 쓰일지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매일 매일 대통령이 나오는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어요.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또 주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래서 눈여겨보고 있어요. 대비하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자금 4천억 달러가 책정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은 최대 1만 달러까지 신청할 수 있고, 중소기업청(SBD)을 통해 3천 500억 달러의 특별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 2월 말 현재 220명.

이 가운데 다수가 식당과 세탁소, 생선가게 등 자영업을 하거나, 소규모 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데보라 씨는 가게 외에도 학교 휴학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가르치고 돌보느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조금 당황은 되지만, 북한에서 이보다 훨씬 어려운 생활을 견뎠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두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도 하잖아요. 이런 거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무섭고 떨리겠어요. 직장에서 잘리고. 그러나 저희가 누굽니까? 이런 악조건에 잘 훈련돼 있고, 적응력은 또 세계 최강이 아니겠습니까? 북한에 살던 자체가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거든요. 그 때는 몰랐지만, 그냥 악조건이었잖아요. 정말 아무 것도 없이. 고난의 행군 때 배급도 없이 그런 악조건에서 살았잖아요. 몇 십 배 최악의 상황에서 저희는 버텨서 별로. 네 (웃음).”

데보라 씨는 그러나 고향의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생각하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은 믿기 힘들다는 겁니다.

[녹취: 데보라 씨] “너무 걱정돼죠. 여기서 코로나바이러스 딱 터질 때도 어머 그럼 북한은 어떡하지? 그 열악한 의료환경과 영양상태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거의 전멸할 수도 있거든요. 걸리면요. 그래서 너무 걱정되고 그렇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고 연락도 안 되고. 그래서 기도할 수밖에 없죠. 밤낮으로 제발 무사하게 해달라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죠.”

데보라 씨는 북한 당국이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상황을 밝히고 국제사회와 협조해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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