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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탈북가정 울리는 브로커들


중국 내 한국행 탈북자 규모가 줄면서 일부 중개인들이 돈벌이를 위해 중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여성들은 중개비를 갚아야 할 부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중국 내륙의 한 시골에서 결혼한 탈북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중국인 목회자는 지난 해 매우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출신 브로커 (중개인) 여성이 이 마을에 나타나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며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에게 접근해 한국행을 강하게 권유한 겁니다.

[녹취: 중국인 목회자] “그 여자가 와서 모든 탈북자 자매님들을 모아 놓고 밥 먹이고 술 먹이고 이래 한 다음에 자기가 한국에서 7년 동안 살아서 이렇게 성숙되고 이렇게 우월해졌고 우리 자매님들 만져 보지도 못한 자동 카메라 갖고 와서 사진도 찍고 놀이공원에 데려가 한번 놀게 하고. 그 사람이 육신적으로 완전히 편하게 해서 그런 것을 미끼로 이 여자가 몸으로 완전히 쫙 보여준 거예요. 그래서 자매님들이 완전히 들떴죠.”

이 중개인은 중국인 목회자가 탈북 여성들을 미끼로 미국과 한국의 교회에서 헌금을 받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한국행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 가면 집도, 생활비도 완벽하게 제공받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비록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에 팔려와 한족 남성과 결혼했지만 탈북 여성들은 특유의 성실함과 신앙으로 마을에서 인정받으며 자녀를 낳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했던 중국인 목회자는 일부 여성들이 중개인을 따라 떠났을 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중국인 목회자] “여기에서 아이 낳고 신앙생활 잘 하면서 남편 공대 잘 하고 교화를 통해 남편을 섬겨야겠다. 내가 원하는 가정에 팔려왔고 내가 원하지 않는 남편에게 왔지만 그냥 인간이 우연히 이뤄지는 건 없다는 것을 느낀 뒤 이 가정을, 이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탑이 이렇게 떠나가서 무너지거든요.”

아내와 엄마가 떠난 가정은 무너졌고, 마을에서 탈북 여성들을 보호해주던 촌장과 이웃들은 분노했습니다. 중국인 목회자는 다른 아이들의 경우 엄마가 다른 여성들처럼 떠날까 봐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중국인 목회자] “마을 분위기가, 있는 사람에게까지 저 여자도 언젠가는 갈 것이다, 하면서 있는 사람에게 신용도가 없어짐으로 다른 눈길로 대하는 그런 피해가 있구요. 떠나간 가정은 아이가 남아있고 남편이 남아 있으니까. 그 것을 본 남편과 아이는 우리 엄마가, 아내도 이렇게 된다. 이런 공포 속에서 자라요. 그래서 아이들이 울고 말 안 들을 때 엄마도 한국 간다고 하면 죽는 시늉을 하다가도 딱 그쳐버려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면 그렇겠어요 아이들이.”

이 마을에 사는 탈북 여성 최모 씨는 결국 갈등 끝에 중개인의 제의를 거부하고 남았습니다.

[녹취: 탈북여성 최모 씨] “ 여기서는 살다가 기래도 7-8년은 중국 사람과 살지 않았습니까? 그럼 중국 사람 성격도 알고 가정에 대해 알지 않습니까? 그럼 거기 맞춰서 살면 그 게 더 헐하지. 이제 다시 (한국에) 가서 내가 내 생활을 개척하고 개변하고 그래서 (동료들이) 갔어요. 긴데 그 사람들 지금 거기 가서는 더 힘들어요.”

탈북 중개인들이 이렇게 돈벌이를 위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사는 내륙 깊숙한 곳까지 찾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중국 내 많은 탈북 여성들이 이미 한국에 정착해 수요가 줄어들자 중개인들이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성들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탈북자 선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입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중국-한국)까지 100-150 만원이라고 보면, 대개 후불이니까 따따불로 3백만원이 됩니다. 1인당. 그럼 여기 나오면 (탈북자가) 3백만원을 줘야 하잖아요. 그럼 그 아줌마들(중개인들)은 앉아서 1인당 그냥 150만원을, 브로커비 제외하고 순수하게 이자만 150만원을 챙기게 되니까. 10명이면 1천5백만원을 챙기는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돈벌이 중에서도 가장 큰 돈벌이지요.”

천 목사는 그러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이 중개비를 갚느라 어렵게 한국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과거처럼 정착금을 현금으로 많이 지급하지 않고 장려금 형태로 일부만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의 김희태 사무국장은 탈북 중개인들의 병폐가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희태 국장]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사람을 도와주는 거지. 갈지 안 갈지 마인드가 없는데 감언이설로 한국 가면 집도 주고, 돈도 주고, 뭐도 준다 하며 꼬셔 오니까. 그 사람들이 한국에서 더 적응을 못하는 이유가 사람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 않습니까? 쓸데 없는 기대를 만들게 해서 적응도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래서 브로커를 반대하는 겁니다.”

중국에서 매춘조직에 팔리거나 나쁜 남편을 만나 도움을 청하는 여성들을 도와야지 잘 지내는 여성들을 접촉하는 것은 인권 운동이나 난민 지원과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한국에 입국한 탈북 여성들은 적응을 제대로 못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자유선진당 소속 박선영 의원은 지난 해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일대에 탈북 여성을 고용하는 티켓다방과 노래방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교육과 기술이 부족해 파출부나 식당종업원 같은 저임금 직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한 탈북 여성은 박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이런 곳 밖에 일할 곳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이금순 선임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 방송에, 중국 내 탈북 난민을 보호하는 우선순위의 하나로 장기 거주 탈북 여성들의 법적 신분 보장을 해결하려는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분이 보장되면 남편과 자녀를 떠나는 탈북 여성들도 줄어들 뿐아니라 중국의 가정이 파괴되는 악순환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모 지역에서 한족 남성과 10년째 살고 있는 탈북 여성 강 모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법적 신분이 보장되면 많은 여성들이 중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강모 씨] “우리는 여기 솔직히 중국에서 사는 것도 사실 괜찮아요. 먹을 것도 많고 맘대로 다니고. 그런데 우리는 배운 것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이런 데서 사는 것이 참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은 문명화 됐고 좋은 것은 사실인데, 몇 십 년 배운 사람들하고 우리하고 어떻게 대비하겠나. 우리 수준에서 이 것 나는 써야겠다 하는데 그 사람들 수준에서는 이 것 못 쓰겠다 합니다. 우리는 어 그거 왜 버리지 아직 쓸 수 있는데..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정도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가?”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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