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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대북 억지 수단은 강한 군사력 뿐”


버웰 벨 전 주한 미군사령관
버웰 벨 전 주한 미군사령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로 부터 재임 당시의 한반도 안보 상황과 개인적 소회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버웰 벨 전 사령관과의 인터뷰를 전해 드립니다. 벨 사령관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겸 미한연합사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벨 전 사령관님, 안녕하십니까? 주한미군사령관으로 계실 때 가장 큰 사건은 역시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좀 설명해 주시죠.

답) 예. 2006년 10월의 일이었죠. 저는 그 해 초부터 한국에서 복무했구요. 굉장히 큰 일이었지만 엄청난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게 제기돼 왔기 때문이죠. 물론 큰 반향과 우려가 있었죠. 하지만 우린 그런 상황에 대비해 왔고 북한 정권의 속성과 동아시아 지역을 위협하려는 그들의 목적을 더 잘 알게 됐습니다.

문) 당시 주한미군은 북한의 핵실험에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답) 주한미군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순 없구요. 즉시 한국 군 지도부와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새로운 위협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지하 핵실험이 아주 성공적인 건 아니었기 때문에 즉각 군사적 현안으로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따라서 군사적 의미 보다는 평화와 안정에 미치는 외교적, 정치적 의미가 더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북한이 2007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한국 국방부는 ‘연례훈련’ 정도로 발표한 반면 사령관께서는 `첨단기술’이라면서 강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와 다른 판단을 하신 겁니까?

답) 북한이 단거리 지대공미사일인 KN02를 발사했던 때입니다. 서울과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한국 인구 절반을 겨냥한 훈련이었죠. 내구성과 기동성, 발사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엄청난 능력을 갖춘 미사일이어서 그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봐 온 미사일 보다 훨씬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그 중요성을 최소화하려 했습니다. 그냥 연례훈련 정도로 간주하면서 말이죠.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문) 사령관께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방계획에 반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군의 복무기간 단축과 병력 감축 계획 등 군 구조개편에 동의하지 않으신 건데요. 어떤 배경에서 그런 입장을 밝히신 건가요?

답) 그 때 전 두 가지를 걱정했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제 상관은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전 미국 정부만 일한 게 아니라 미국과 한국 양국 정부 모두를 위해 일한 겁니다. 그리고 양국 군사력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땐 양측간 군사적 협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군 구조개편에 대해 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군 개편으로 미-한 연합군의 전쟁수행 능력이 바로 영향을 받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중요한 결정이 미국 정부나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마디 상의 없이 내려진 겁니다. 전 그 절차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또 다른 우려사항은 뭐였습니까?

답) 두 번째 이유는 한국 군, 특히 육군 병력 감축은 한국 육군 전력의 약화를 뜻합니다. 이로 인해 서울과 대도시가 북한 군의 공격에 취약해 진다는 말입니다. 어떤 군 지휘관이라도 이런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문) 그런 우려는 좀 모순 아닐까요? 왜냐하면 사령관께서 한국 군이 경쟁력이 있다고 하시면서 그 기준으로 군의 현대화, 탁월한 전투지휘 능력, 좋은 장비를 꼽으셨거든요. 이렇게 보면 군 병력 감축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답)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했습니다. 현재도 물론 그렇구요.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군 구조개편 정책이 이뤄졌다면 한국 군사력을 크게 약화시켰을 겁니다. 그런 계획이 중지됐다는 게 다행스럽습니다.

문) 군 구조개편 문제 뿐아니라 사령관께선 당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정부와 자주 갈등을 빚은 것처럼 언론에 비쳐졌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문제를 의제로 삼는 데 대해서 유엔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불쾌해 했던 걸로 알고 있구요. 실제로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가 어땠습니까?

답)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한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당국과는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많은 공식 발언엔 동의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노 대통령은 미군을 동맹군이 아니라 외국군이라고 자주 불렀습니다. 또 미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제겐 가슴 아픈 말이었습니다. 주한미군은 서울을 점령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안보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또 남북통일을 돕기 위해 그 곳에 주둔하고 있었던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동맹국과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력보다 북한에 돈을 더 많이 썼습니다. 이런 모습이 제겐 고통스러웠습니다.

문) 퇴임 후에도 북한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셨는데요.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면 무력과 화력을 사용하는 것 뿐이라는 주장을 하신 걸로 압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신가요?

답) 북한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이 군사 도발을 해 왔습니다. 한국이 자국 경제와 인명 피해가 엄청날 전면전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해선 한국이 강한 군사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한국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힌 만큼 북한도 대가를 치르도록 말입니다. ‘강인함’을 내세우는 게 언제나 북한과 얘기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약속에 기댄 외교적 방식은 언제나 실패할 겁니다. 북한은 한반도를 그들 방식으로 통일하려는 목적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 북한이 한국과의 전면전에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걸로 보시나요?

답)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그건 곧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개발은 위협용이지 직접 사용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군 당국까지 그렇게만 믿으면 어리석은 일입니다. 북한이 핵 도발을 가할 수 없도록 군사적 대비 체제를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문) 군인다운 군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사령관께서 2008년 6월 3일 이임사를 하던 중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을 텐데요. 당시 어떤 심정이셨는지 궁금하네요.

답) 저는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합니다. 한국인들은 제가 전 세계에서 만난 어떤 이들보다도 베푸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물질적인 걸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가슴을 열어줍니다. 한국인 친구는 그래서 평생 친구를 의미하죠. 그래서 저와 제 부인은 한국과 한국인 친구들을 떠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만난 친구들과 문화에 대한 기쁨, 그리고 이를 과거처럼 자주 마주대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울었습니다. 내 눈물은 슬픔과 기쁨을 모두 의미했고 지금도 그 느낌을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문) 한국인 손녀를 두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드님이 한국인 여아를 입양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손녀 얘기를 좀 들려주신다면요?

답) 아들 부부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부임한 제게 부담이 될까 봐 제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절차를 밟았더군요. 나중에 입양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희 부부는 진희를 손녀로 맞은 뒤에 비로소 인생이 완전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됐습니다. 진희가 이제 4살이 됐는데요. 저희 부부는 언젠가 이 예쁜 공주님과 손잡고 한 때는 비무장지대로 막혀있던 곳, 자유롭게 번영하는 북한에서 걸어보고 싶습니다. 제 소망이 꼭 이뤄질 겁니다.

진행자) 벨 전 사령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준비한 전직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 내일은 존 틸럴리 전 사령관 편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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