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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의 개혁 조치를 통해 바라 본 북한


북한과 함께 세계 최악의 억압정권 가운데 하나로 지목 받아온 버마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버마 정부는 그동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과 개혁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12일에는 정치범 수백 명 등 수감자 6천 3백 명을 사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버마의 이런 변화가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버마의 변화 바람이 심상치 않은 것 같군요.

답) 네, 군사정권이 5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해오던 버마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진원지는 올해 출범한 테인 세인 정권입니다. 버마 최대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측도 과거와는 정국 분위기가 다르다며 조심스레 기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 세인 대통령은 사실 올해 출범 초기만 해도 민간정부의 탈을 쓴 군사독재의 아류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의외로 개혁을 주도하고 있군요.

답) 국제사회는 당초 세인 대통령의 역할에 반신반의했었습니다. 그가 장성 출신으로 전임 군사정권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인 대통령은 오랜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민주화 지도자 아웅 산 수치 여사와 만나 정치개혁을 논의하고 빈민들을 위한 연금제도 개혁, 외국의 투자환경 개선, 일부 정치 웹사이트에 대한 검열을 중단시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에는 군사정권과 중국이 합의한 36억 달러 규모의 대형 댐 건설 계획을 중단해 버마인들의 호감을 샀습니다.

문) 그리고 이번엔6천 명이 넘는 수감자들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는데요, 정치범도 상당수 포함돼 있죠?

답) 버마 교정당국은 반체제 인사 3백 명이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고 영국 ‘BBC’ 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발표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은 적어도 정치범 180명이 석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중에는 정부의 재해 대처 능력을 비판했던 인기 코메디언 자르가나르 씨와 언론인, 민주화 운동가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버마에 최대 2천 명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문)올해 초 출범한 버마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 안정과 공익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감자들의 석방을 정부에 요청한 것도 국제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버마 정부의 이런 개혁 의도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제재, 그리고 국제사회에 편입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정권 담당자들의 판단이 개혁 작업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호주는 그 동안 버마 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해 왔습니다. 또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도 버마에 국제 수준에 맞는 개혁에 동참할 것을 꾸준히 촉구해 왔습니다.

문) 미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극적인 사태진전” 이라며 “미국은 버마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미국이 버마 정부의 개혁 조치에 대한 첫 선물 가운데 하나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지원 재개를 허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 버마의 이런 변화가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답) 네, 북한과 버마는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 독재정치와 최악의 인권 탄압, 정치범 수용소 운영,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추진 등으로 다양한 제재를 받아 왔습니다. 유엔은 심각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버마에만 인권특별보고관을 두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버마에 대한 제재 해제 조건의 하나로 북한과의 관계 투명성을 요구해 왔습니다.

문) 그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 나라에서 벌어지는 양상은 상당히 다른 것 같은데, 그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다른 역사적 배경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피증,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규모 차이, 그리고 가족 중심의 북한 독재가 갖는 특수성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박사는 특히 북한의 사각지대론을 제기했습니다.

“버마만 해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 산 수치 여사라든가 옛날 버마를 지배했던 영국 같은 유럽 나라들이 인권 등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는 데 비해서 북한은 이상하게 모든 분야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지 않나. 소위 말하는 북한에 대한 혐오증, 또 너무나 북한 문제가 장기간 미국 사람들을 괴롭혀 왔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종의 기피증 이런 것들이 북한 문제를 더 고립시키는 현상을 만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 버마 정부의 정치범 석방에 대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어떻습니까?

답) 다른 나라 일이지만 매우 기쁘고 부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정치범 수용소 해체운동본부 대외협력팀장인 15호 요덕 관리소 출신 정광일 씨의 말입니다.

“국제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참 반가운 일이구요. 북한은 현실적으로 그게 잘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실질적인 국제 공조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정광일 씨 등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관리소가 북한에서도 가장 사각지대이지만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조사단 파견 등 적극적인 압박을 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버마 정부의 최근 잇따른 개혁 조치들이 북한에 시사하는 점들에 관해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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