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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변화로 북한-버마 동아시아 양대 독재 축 붕괴”


버마 정부의 정책 변화로 동아시아 권위주의 독재의 양대 축이던 북한과 버마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버마의 아웅 산 수치 여사 같은 변화의 상징적 인물이 북한에 없다는 점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25일 버마의 독립언론인 ‘이라와디’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 때 미국으로부터 폭정의 전초기지란 비판을 받았던 북한과 버마 사이에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를 지상낙원으로 포장하는 선전선동과 권위주의 독재정권, 극도로 열악한 주민들의 삶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좋다고 거짓말을 하던 공통점들이 버마의 변화로 깨지고 있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한의 경우 정부가 계속 김정일의 영도 아래 지상낙원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990년대 중반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고난의 행군과 식량난을 국가의 선전선동으로 무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버마는 지난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대통령이 과거 군사정권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스타인버그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세인 대통령은 국가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시인하는가 하면 빈곤 퇴치를 위한 회의에 참석했고, 해외에 망명한 반체제 인사들의 복귀에 환영의 뜻을 밝혔으며 일부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노동법 개정과 부정부패를 비난하고 나섰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버마 정부가 변화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마 정권은 서방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대외적 상황에 균형을 맞추길 원했고, 열악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의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또 버마 정부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불고 있는 민주화 혁명을 의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중이 혁명을 주도한 ‘아랍의 봄’을 버마에서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기고문에서 버마인들이 북한과 달리 외국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전자우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나라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고, 내국인과 외국인의 출입국이 비교적 원활한 점, 노년층이 군사독재 이전의 민간통치 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점 등을 변화의 토양으로 지적했습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그러나 북한은 버마에 비해 통제와 탄압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버마는 시민사회가 어느 정도 구성돼 있지만 북한은 아직 그런 토양이 없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개혁을 시도하기 힘든 걸림돌로 세습과 유훈통치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개혁 시도는 곧 김일성 주석의 통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훈통치를 하는 김정일이 정통성을 무시하고 개혁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한에 버마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 산 수치 여사와 같은 인물이 없는 점도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버마의 경우 대중의 여론을 대변하는 수치 여사와 같은 상징적 인물이 있기 때문에 포괄적 제재 등 다양한 압박이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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