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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시중에 돈을 추가로 풀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건데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미 금융계 수장의 경제 인식을 중심으로 알아 보겠습니다.

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최근 발언이 지금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거죠?

답) 예. 오늘 주제의 핵심이기도 한데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하면 통화량과 환율, 금리, 물가를 조절하는 기관이어서요, 그 의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마침 미국 CBS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의미심장한 얘길 했는데요. 그 내용이 지금 연일 중요 경제 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문) 발언 내용은 이렇더군요. 상황에 따라 추가 양적완화가 가능하다, 핵심은 몇 마디 안됩니다만 이 말이 좀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양적완화, 요즘 많이 듣는 말이긴 한데 잘 안 와 닿네요.

답) 얼마 전에 한국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때도 자주 언급됐었기 때문에 들어보신 분들 아마 계실 겁니다. 그런데 무슨 암호 같죠? 양적완화, 별로 복잡한 개념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양을 늘린다는 건데 무슨 양을 늘리는가 하면 돈을 늘리겠다는 거에요. 쉽게 얘기해서 시중에 돈을 푸는 거죠. 이렇게 해서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려는 목적이 있구요.

문) 시중에 돈을, 다시 말해서 통화 공급을 늘리면 경기가 살아나나요?

답) 이론상으론 그렇습니다. 시중에 돈이 흔하게 되면 우선 금리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이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떨어지고, 은행 이자 부담이 적으니 기업 투자도 늘고,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이런 이점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진작에 6천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문) 시중에 돈을 푼다고 했는데 그게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는 것과 무슨 관계죠?

답) 아 그건요, 중앙은행이 무조건 돈을 찍어낼 순 없으니까요, 시중은행이 갖고 있는 장기채권을 중앙은행이 사주는 겁니다. 그때 돈을 찍어서 채권을 사는 거죠. 그럼 그 돈이 시중에 풀리는 셈 아닙니까? 따라서 금리가 떨어지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문) 그런데 이번에 채권을 6천억 달러 보다 더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시중에 그 만큼 돈을 더 풀겠다, 그런 발표를 한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지금 미국 경제 상황을 고실업, 저물가로 평가를 한 거죠. 물가가 너무 낮으면 결국 경기침체로 간다는 위기 의식 하에 시중에 통화를 풀어 소비,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겠다, 이런 의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문) 의도는 알겠는데요. 그건 좀 위험한 거 아닌가요? 물가상승을 의도적으로 유도를 한다는 건데, 물가가 너무 올라도 문제잖아요.

답) 사실 그게 바로 양적완화 정책이 안고 있는 양면성이자 맹점입니다. 달러를 찍어냈으니 달러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구요. 자칫 막대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건데 소비와 고용은 기대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물가만 오를 수 있다는 거죠. 미 공화당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구요.

문) 그런 위험성이 있는데도 버냉키 의장은 시중에 돈을 더 풀 수도 있다는 입장이군요.

답) 예. 양적완화 반대론자들이 제기하는 물가인상 우려가 과장됐다는 게 버냉키 의장의 판단이니까요. 필요할 경우 지금이라도 당장 금리를 올려 물가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2%가 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문) 높은 실업률을 물가보다 더 위험한 지표로 보고 있는 거죠?

답) 바로 그렇습니다. 버냉키 의장 얘길 들어보면, 경제 위기 이후 미국에서 8백5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현재 1백만 개 정도만 회복됐다고 하는데요. 지금 상태라면 미국 실업률이 정상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약 4~5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상수준이라면 어느 정도인가요?) 5~6% 범위의 실업률을 정상으로 간주합니다. 지금은 9.8% 정도까지 치솟았구요.

문) 10%에 육박하는 실업률도 문제지만 이 수치를 정상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4~5년을 더 잡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요. 미국의 지난 3분기 경제 성적도 별로 좋진 않았잖아요.

답)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쳤으니까요. 여전히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매우 취약해 지원 없이는 성장이 어려울 걸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적완화 정책 실시가 정당하다는 입장이구요. 당장 다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인 실업률 고공행진이 신뢰에 타격을 입히게 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겁니다.

문) 앞서 양적완화에 대한 공화당의 우려도 언급을 했는데요, 이 정책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죠?

답) 물론입니다. 공화당 지도부와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 달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조기에 끝낼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역시 달러 가치 저하와 물가인상을 우려하고 있구요. 이를 통해 고용 증진을 꾀하겠다는 목적 달성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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