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간 그리고 미-북간 세 번째 양자 접촉이 올해 안에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과 북한간 서로 신호를 주고 받곤 있지만 3라운드 대화를 갖기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3차 접촉은 1, 2차 때와 달리 남북 회담이 먼저냐 미-북 회담이 먼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비핵화 사전조치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음 단계인 6자회담으로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3차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결국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문제를 북한이 분명하게 받아 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8일 서울에서 후속 양자대화를 위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UEP 활동 중단 등 사전조치 이행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여전히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1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군사적 대결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선 핵 포기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는 대화를 진전시키기 힘들다는 미국의 주장은 시간을 끌며 군사적 대결을 격화시키려는 음흉한 속심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데이비스 대표의 동북아 순방에 맞춰 동시행동의 원칙을 되풀이해 강조한 것이라며 ‘사전조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화의 여지는 남겨 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가 왔다 가고 지금 일본 중국을 도는 계기점에 동시 행동을 보이지 않게 강조한 것이거든요, 일방적으로 북측을 너무 압박하는 게 아니냐 그에 대한 반발이겠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한국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는 북한이대화의 끈을 유지하면서도 강성대국의 해를 앞두고 내부 결속의 필요성 때문에 당분간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2월까지 협상모드로 가면서 잘 가는 것 보다는 최대한 자기 입장을 고수해서 강성대국의 해를 열면서 그 다음부터 협상 등을 통해서 변화를 보여주는, 국내용으로 보더라도 대외용으로 보더라도 그런 게 정치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처럼 연내 3차 회담 개최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 안팎에선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북 핵 협상 진전 여부의 또 한차례의 고비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선 북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UEP 활동 중단 등 사전조치를 받아들여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도 4월15일 고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잔치를 치르기에 앞서 대외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나면 한국과 미국 등 북 핵 관련국들이 차례로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북 핵 협상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국들이 핵안보정상회의 전 타협점 찾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