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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USAID 선임자문관] “대북 식량 지원 분배 투명성 확보 어려울 것”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식량 지원 (자료사진)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식량 지원 (자료사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다시 나설 경우, 지난 2008년과 2009년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의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도로시 스툼키 전 미 국제개발처 대북 식량 지원 담당 선임자문관이 전망했습니다. 한국말에 능통한 스툼키 전 자문관은 지난 2007년 미 국무부 한국과에 이어 2008년과 2009년에는 국제개발처에서 대북 식량 지원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스툼키 전 자문관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문) 스툼키 전 자문관님 안녕하십니까?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서 북한을 여러 번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 처음 방문하신 겁니까?

답) 2007년 말 미국 정부 합동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해서 식량 지원 문제를 협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미국과 북한 간에 식량 지원에 관한 합의가 이뤄진 뒤엔 실사단의 일원으로 비정부기구들과 함께 평안북도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구체적인 식량 상황과 지원 대상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식량 지원이 이뤄진 다음에는 미국 국제개발처 소속으로 2008년과 2009년 모두 7차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식량이 지원된 지역을 비정부기구들과 함께 돌아보면서 미-북 간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식량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항구에서 식량이 하역되는 작업부터 열차에 실려 해당지역에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감시했습니다.

문) 당시 북한 측이 협조를 잘하던가요?

답) 북한은 극도로 고립된 국가입니다. 북한 측으로서는 외국인이 들어와 식량분배를 감시하도록 허용하고 한국어 구사요원을 받아들이는 게 아주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왜 특정지역에 감시단이 가야 하는지, 그리고 식량분배를 왜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는지 이해시키는데 가끔씩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이 협조를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평양보다 지방에서 대단히 협조적이었는데요, 분배감시가 썩 내키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어쨌든 분배감시를 허용했습니다. 구호단체 요원들이 지방관리들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 지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협조를 해줬습니까?

답) 식량 지원이 이뤄진 열 달 동안 3천 번 정도 분배감시를 위한 방문이 있었습니다. 매일 현장에 가서 지방관리들과 만난 뒤 주민들의 가정과 식량배급소, 고아원을 함께 방문했습니다. 구호요원들이 거의 매일 이런 분배감시 활동과 관련된 요청을 했는데 지방관리들이 대부분 수용해줬습니다. 과거 다른 어떤 대북 인도주의 사업도 우리만큼 주민들에게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한국어 구사요원들이 북한에서 분배감시를 맡았습니다. 미국인 감시요원들이 지방에 상주하면서 일반주민들을 만나고 대화했습니다. 주민들 모두 미국이 식량을 지원해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아주 감사해 했습니다.

문) 일부 전문가들은 분배감시 요원들이 현장을 떠나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빼앗아 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학교 현장에 갔을 때 학생들이 지원된 식량을 먹는 걸 직접 봤습니다. 배급소에서 나눠준 식량을 주민들이 집에서 먹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당시 저희가 한 달에 수백 번씩 분배현장을 직접 방문한 만큼 식량이 빼돌려졌다고 믿기 어렵습니다. 일부 지역은 교통이 너무나 안 좋은 오지였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배급식량을 다시 거둬들이고 싶어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문) 그렇다면 2009년에 북한이 갑자기 식량 지원을 거부한 이유는 뭐였습니까?

답) 좋은 질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당시 북한의 전략적 문제와 관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 중이었고, 권력승계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북한 내부 뿐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변화가 많았고, 특히 6자회담은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미국인들이 북한 땅에 머무는 걸 정당화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한국어 구사요원을 거부했기 때문에 식량 지원이 중단됐다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배감시 때문에 구호요원들과 지방관리들은 거의 매일 만났고, 양측은 친숙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평양의 중앙정부는 불편했을지 몰라도 지방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유엔이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북한이 실제로 긴급하고도 심각한 식량 부족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제가 분배감시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보통 2~3주씩 머물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한번도 찾지 않은 곳들을 둘러봤는데요,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 드린다면 북한은 식량 자급자족이 안되기 때문에 항상 식량이 부족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산림이 황폐화 되고 자연재해에 취약해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많은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2년 사이에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엔의 최근 조사보고서를 읽어봤고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보고서 내용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속히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도 맞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에 들어가서 미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고 북한 주민들이 바깥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인도주의적 사업 밖에 없습니다.

문)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의 기본원칙 가운데 특히 분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미국과 북한이 이 문제에 관해 합의를 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해결하기 쉬운 사안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답) 북한 측으로서는 미국인들이 일반 주민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식량 지원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편할 겁니다. 따라서 분배 투명성에 관한 논의를 뒤로 미루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2008년과 2009년에 분배 투명성에 관한 기준이 설정됐던 만큼 미국이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을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더 높은 수준의 분배 투명성은 북한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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