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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U 인권 놓고 공방


유럽연합과 북한이 지난 22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회의에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유럽연합측 대표는 28일 내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북한측 대표는 결의안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나라들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대북 인권 접근법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인권관련 회의가 유엔에서 열렸군요?

답) 네, 매년 가을이면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열리는데요.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22일 북한 인권관련 회의를 열었습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새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놓고 회원국들이 대화를 나눈 것이죠.

문) 미국과 남북한, 유럽연합, 중국 등 주요 나라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하던데, 어떤 얘기들이 나왔습니까?

답) 서방국들과 한국, 일본 등은 모두 다루스만 새 보고관의 역할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루스만 보고관이 북한 내 인권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북한 정부가 그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해 1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제기된 국제사회의 권고문을 북한 정부가 이행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문) 북한측 대표가 참석했다고 했는데,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답) 결의안과 특별보고관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박덕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해마다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체제를 고립시키고 질식시키려는 적대세력이 조장한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그런 목적의 산물이란 것이죠.

문) 그런데, 유럽연합과 북한이 신경전을 벌였다고 하던데, 왜 그런 거죠?

답) 유럽연합이 올해에도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 됐습니다. 피터 슈바이거 유엔 주재 유럽연합 부대표는 이날 국제사회가 권고한 내용에 대해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심각성에 대해 계속 관심을 높이기 위해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덕훈 차석대사는 유럽연합, 유엔 인권 기구들과 협력을 했지만 돌아온 건 결의안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문) 북한 정부가 그 동안 어떤 협력을 했습니까?

답) 박 차석대사는 유엔의 여성폭력방지담당 특별보고관과 고문을 담당하는 국제 민간단체 대표 등 많은 대표단을 초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해 수감시설을 둘러봤고, 유럽연합과는 공식적인 인권 대화까지 가졌지만 유럽연합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말은 무슨 얘긴가요?

답) 박 차석대사는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한지 2달 반 만에 유럽연합이 사전 통보 없이2003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인권이 아닌 정치적 접근이란 겁니다. 박 차석대사는 인권 문제가 없다면 왜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거부하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북한에 대한 이런 차별 때문에 그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유럽연합은 이에 대해 어떻게 얘기합니까?

답) 이날 회의에서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추가 언급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당국자는 지난 4월 열린 유럽의회의 북한인권 청문회에 출석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인권에 대한 양자대화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조율을 해 왔는데, 북한 정부가 이를 파기했다는 겁니다.

문) 북한측 주장대로 유럽연합이 북한의 NPT 탈퇴 때문에 결의안을 제출한 겁니까?

답) 유럽연합 당국자들은 결의안이 NPT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스트반 셴트 이바니 전 유럽의회 의원 등 유럽연합 관리들은 과거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리들이 국제사회의 기준을 무시한 채 ‘우리식 인권’ 만을 고집하며 투명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당국자는 청문회에서 유럽연합은 인권에 대한 우려사안을 공개적으로 밝힐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연합이 인권에 관해 정한 인류 보편적인 기준과 지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길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유엔총회에도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제출하는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문) 끝으로 일부 나라들이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무슨 얘깁니까?

답) 일본과 한국 대표들은 다루스만 보고관이 보고서에서 인도적 사안을 집중 언급하며 이를 먼저 다루겠다고 언급한 부분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심각한 인권 문제보다 인도적 사안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거죠. 이에 대해 다루스만 보고관은 인도적 사안이 인권의 일부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인권 모두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북한과 대화를 갖기 위해 인도적 사안을 강조하는듯한 인상을 내비쳤습니다.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의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북한을 방문해 조사하기 전까지 그 어떤 실질적인 인권 사안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던 비팃 문타폰 전 보고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다루스만 보고관이 내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관심이 가는군요. 김영권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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