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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김정은, 상반된 상주 역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은 부친인 김일성 주석 때와 여러 면에서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애도기간 내내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은 17년 전 김일성 주석의 영결식 때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대형 영정사진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평양시내를 돌았고, 미국제 검은색 링컨 컨티넨털 리무진이 영구차로 사용됐습니다. 금수산기념궁전을 출발해 김일성광장과 개선문광장을 도는 행진 구간도 17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상주의 모습은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직접 영구차를 호위하면서 영결식장에 들어섰습니다.

당과 군부의 최고 실세들도 김정은 부위원장과 함께 영구차를 호위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영결식장에서 군 최고 통수권자임을 대내외에 과시했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추모하기 위하여 엄숙히 정렬하였습니다.”

영결 보고가 끝나자 운구 행렬은 육해공군과 노농적위대의 의장대 사열을 받았습니다.

반면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영결식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아버지의 시신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애도를 표했을 뿐, 영구차를 직접 호위하지는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양 시내를 행진하고 돌아오는 운구차를 영결식장에 서서 기다렸고, 의장대와 마주하지도 않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20년 전부터 이미 후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영결식 당일 최고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이 과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어린 나이에 후계자 수업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서는 아버지의 영결식이 곧 자신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 `CNN’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영구차 바로 옆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을 두고, 그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을 생중계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영결식 때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라디오방송으로 소식이 전해졌고, 영결식 동영상은 그보다 세 시간을 더 기다린 뒤 공개됐었습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을 생중계한 것은 김정은 부위원장의 확실한 정권 장악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상주로서 조문객들을 직접 챙기고 자주 언론에 등장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습니다. 조문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아버지의 빈소를 다섯 차례나 찾아 참배했고, 슬프게 우는 모습도 여과없이 보여줬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버지에 대한 효성을 부각해서 권력승계의 정통성과 주민 결속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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