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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버마제재 완화, 추가개혁이 관건


미국이 버마의 민주화 조치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제재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일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법’에 따라 버마에 대해 시행해 왔던 제재를 일부 완화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이 법에 따라 인신매매 방지 노력을 게을리한 나라들에 대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반대해왔습니다.

버마와 북한, 쿠바, 이란 등이 이 같은 제재를 받아왔지만, 이번 국무부 조치로 버마가 그 대상에서 일부 제외된 겁니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이 버마에 경제조사단을 파견하고 제한적인 기술 지원을 하는 걸 미국이 지지할 수 있게 됐다고 국무부는 밝혔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미 지난 해 말 버마 방문 당시 이 같은 조치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지난 달 양국관계를 기존의 대리공사 수준에서 대사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버마 정부가 잇달아 취한 민주화 조치에 대응한 겁니다.

지난 해 3월 버마 초대 민간 대통령으로 선출된 테인 세인 대통령은 정치범 석방과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 야당 탄압 조치 완화 등 개혁 조치들을 내놓았습니다. 또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오는 4월 보궐선거 출마를 허용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버마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에 나선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버마의 관계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버마가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버마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국한돼 있기 때문에 국제금융 기구의 자금 융자가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재 완화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버마가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킴벌리 엘리엇 연구원입니다.

[녹취: 킴벌리 엘리엇,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 “I think it will depend...”

버마의 정책 환경이 건전한지, 그리고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제대로 투자할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버마는 이미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국제금융기구들에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어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입니다. 버마가 기간시설 정비와 에너지 개발 등을 위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빌린 돈은 2010년 말 기준으로 5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밖에도 버마는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때문에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마이클 마틴 연구원입니다.

[녹취: 마이클 마틴,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 “The existing sanctions...”

현재 미국이 버마에 가하고 있는 제재는 지난 20년 동안 제정, 공포된 법률과 행정명령에 의해 그물망처럼 짜여져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버마에서 생산된 물건은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입될 수 없고 버마와의 금융거래도 제한됩니다. 또 미국인이 버마에 투자해서도 안되며 버마 군사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가족들의 미국 내 자산도 동결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버마가 미국과 정상적인 경제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분야에서 개혁 조치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제재 문제 전문가 데이비드 코트라이트 교수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코트라이트, 미국 노트르담 대학 교수] “Each of those steps...”

버마 정부가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면서 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코트라이트 교수는 미국과 적대적이었던 나라가 관계 개선으로 나아갈 때 보통 첫 걸음을 떼기가 어렵지만, 일단 방향이 잡히고 나면 상대적으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미국은 버마 정부가 그럴 의지가 있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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