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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만성적인 북한 전력난 - 1. 실태와 원인


지난 2005년 미 항공우주국에서 촬영한 한반도 주변 야간 위성사진. 북한 지역에서는 불빛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5년 미 항공우주국에서 촬영한 한반도 주변 야간 위성사진. 북한 지역에서는 불빛을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이 극심한 전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했던 수도 평양 마저 수 년 만에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전력난을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첫 순서로 전력난의 실태와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지난 해 1월, 이 곳 워싱턴 일원에는 시간 당 3cm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녹취: 텔레비전 방송 효과음]

최대 25cm 를 기록한 이 폭설로 워싱턴 일대 65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습니다.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전깃줄을 덮친 것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전기회사가 즉각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모든 가구에 다시 전기가 공급되기까지 며칠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정전으로 고통을 당한 주민들은 전기회사 측에 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에서는 정전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 됐다고,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1990년대에 들어 전력난이 일상화됐고, 김일성 사후에는 전력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죠. 7,80년대에는 하루 몇 시간 정전이 당연했다면, 지금 2000년대 들어서는 하루 몇 시간 밖에 안 들어오는 게 당연한 게 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의 윤재영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지금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녹취: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보통 전력난을 평가할 때, 수요와 공급이 무너졌을 때 전압과 주파수의 저하로 나타납니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북한에서 측정한 전압과 주파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은 편입니다. 그런 걸로 봐서 북한의 전력난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의 전력난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지난 2007년에 7백95만 KW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2009년에는 6백93만KW로, 1백만 KW나 줄었습니다.

한국전력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이 감소세로 접어든 것은 수력발전설비의 노후화가 가장 큰 이유라며, 북한의 경우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어 전력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이 그 나마 기존의 발전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실제 가동량은 2백만 KW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기존 설비들을 잘 못 돌리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수력발전 설비와 화력발전 설비가 있는데 가동률이 20%에서 30% 정도고, 그러니까 평양만 조금 유지되고 다른 데는 거의 전력이 원활하게 송전이 안 되죠.”

정 연구위원은 특히 겨울에는 북한의 전력난이 더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겨울에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물의 양의 줄어들면서 수력발전소 가동률이 더 떨어지는 반면, 난방 등 전력 수요는 더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에너지 분야를 연구해 온 미국의 민간단체인 노틸러스연구소의 데이비드 폰 히펠 연구원은 북한의 전력망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폰 히펠 노틸러스 연구소] “In general, their electricity grid used to be one national unified grid”

북한은 원래 전국적으로 통합된 전력망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단절된 지역 전력망으로 변해, 도시나 발전소 인근 지역 이외의 지역은 전기를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1945년 해방 당시만 해도 전력이 풍부하던 북한이 이처럼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하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였습니다.

구 소련 붕괴와 이어진 경제난으로 새로운 발전소 건설이 중단됐고, 기존의 발전소도 개보수가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연구위원은 북한 발전소들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기존의 발전소들이 계속 부품을 갈아야 되는데 그런 부품들이 없으니까 발전기가 여러 개 있으면 그 중 한 개를 완전히 포기하고 그 부품을 뜯어다가 옆의 발전기에 붙여 가동시키는 그런 형편이거든요.”

북한 화력발전소의 연료 부족 문제도 만성적인 전력난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녹취: 폰 히펠 노틸러스 연구소] “They do have some coals”

노틸러스연구소의 폰 히펠 연구원은 북한에는 석탄이 많지만 전기가 없어서 석탄을 못 캐고, 다시 석탄이 없어서 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낡은 송배전 시설 때문에 중간에 전력 손실이 많은 것도 북한의 전력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기가 공공기관과 외국인 건물에 우선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도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탈북자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중국에서 소형발동기를 사다가 어떤 집에 지하에 숨겨놓고 휘발유 얻어서 돌려서, 한 2KW, 3KW 되는데, 아무리 못해도 한 열 집 넘어 전등을 밝히고 TV를 볼 수 있거든요.”

김 씨는 또 북한 주민들은 승압변압기, 자동차 축전지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전기선에서 전기를 훔쳐 개인 집으로 가져가거나 간부 집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난으로 시작된 북한의 전력난은 다시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군수품 공장이나 외화벌이 공장 같은 곳에만 전기가 공급될 뿐 다른 공장에는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 중에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흔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전력난 때문에 북한의 공장 가동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윤재영 책임연구원은 남북한이 전력 개발과 경제발전과 관련해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북한 같은 경우 경제난과 전력난의 악순환 고리에서 못 헤어나고 있고, 남한은 해방 이후부터 60년대까지 굉장히 심각한 경제난과 전력난을 겪다가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서 전력 개발도 순조롭게 추진이 돼서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과 전력수급이 된 거죠.”

북한은 1980년대부터 전력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지만 스스로의 한계만 노출한 채 실패로 끝났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전력난에 대해 살펴보는 기획보도, 내일은 북한 당국이 전력난 해결을 위해 취한 조치들과 한계, 그리고 북한 전력난 해결 방안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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