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수가 이달 안으로 5만 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공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2005년 6천여 명에 비해 8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개성공단은 ‘꿈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일단은 근무 여건 자체가 북한의 일반 사업장하고는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나잖아요. 공장시설도 그렇고 근로자들의 복지시설도 그렇고, 북한 내 공장에는 전혀 없는 것들인데 개성공단에는 있으니까 그런 평가에서 굉장히 좋고요…”
조 연구위원은 또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다른 북한 주민들보다 5배 이상 많은데다 간식이나 선물 등도 자주 제공되고 있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북한 주민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북한 주민들은 개성공단에서 일하기 위해 당국자들에게 뇌물을 주는 일까지 있다는 겁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한 봉제업체 대표는 북한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이 세계 다른 지역 공단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오후에 30분씩 하루 두 차례 휴식시간과 1시간의 점심시간 등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있고,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출산 전과 후에 휴가를 충분히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탁아소에 아기를 맡긴 근로자들이 근무 중 하루 2차례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차량 지원을 하고 있으며, 세탁실과 목욕탕 같은 부대시설도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은 이 업체 대표는 특히, 점심식사 때 근로자들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쇠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육류나 생선을 거의 매일 번갈아 제공하고 있다며, 처음 입사했을 때 야위고 까맣던 북한 근로자들의 얼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얗게 바뀌면서 고운 피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유창근 부회장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한국의 근로기준법 범위 내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창근 개성공단 기업협회 부회장] “ 복리후생은 한국의 수준에 기준을 맞춰 가지고 모든 조건을 제시해 주고 있어요. 한국과 다른 것은 그 쪽의 육아 문제, 북쪽은 아이를 낳고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탁아소 문제라든가 이런 문제를 기본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각종 복지제도 같은 것들은 우리가 국내 기준에 맞춰 거의 대등하게 적용해 주고 있어요”
그러나 서울의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개성공단을 선호하는 것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다른 공장이나 기업소 보다 시설이나 환경이 조금 더 좋기 때문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의 근로조건이나 임금 수준, 복리후생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따라서 국제적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저임금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소 50달러로 출발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월 최저임금은 현재 63달러 정도입니다. 개성공단 노동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을 한 해 5% 이상 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임금은 중국과 베트남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3분의1정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NK 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이 그나마 적은 임금을 모두 당국에 착취 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 그나마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북한이 달러를 외화벌이 사업으로 다 걷어가고 그냥 식량 정도 주고 명절 때는 고기나 좀 주고 그런 것들을 보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 마음이 아프죠.”
개성공단 노동규정은 공단의 한국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현금으로 직접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북한 당국의 요청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을 북한 정부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이후 공식 환율로 환산된 금액만 북한 돈으로 받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 당국이 임금을 가로채 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노동시간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 주당 48시간 일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거의 매일 계속되는 연장근무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은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연장근로에 대해 2백%에 가까운 수당을 제공하기 때문에 북한 근로자들이 오히려 연장근무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근로자들이 그 같은 장시간 노동에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딸이 개성공단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탈북자에게 들은 얘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딸이 직장에 들어가서 타오는 배급만으로는 힘들었지만 굶지는 않았다, 다른 집들보다는 굶지 않았다고 말하고, 또 가끔씩 가지고 오는 간식이나 부식을 볼 때마다 상당히 긍지스러웠지만, 딸은 엄청 힘들어했다, 오면 완전히 녹초가 돼가지고…”
미 국무부는 지난 해 발표한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결사의 자유나 단체교섭권 같은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고용주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권리 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동규정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파업권, 성차별과 성희롱 금지, 유해한 아동노동 금지 등과 관련해 국제적인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는 것입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개성공단을 꿈의 직장으로 여긴다는 것은 북한의 노동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휴먼 라이츠 워치 동아시아 부국장] "That is a telling commentary how bad the other jobs are in north korea."
로버트슨 부국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그나마 임금 대부분을 당국에 착취 당하면서도 장시간 일할 용의를 보인다는 사실은 북한의 다른 일자리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