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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이란 핵 시설 폭격 가능성' 논쟁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 (자료사진)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 (자료사진)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공론화 되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내에서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함께 추진해 온 이란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가하는 위협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말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 개발을 통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이 중동과 미국,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을 충돌과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그러면서 미국은 필요하다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이란이 미국의 결단을 과소평가하게 될 경우라는 지적입니다.

뎀프시 의장은 이란의 계산 착오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야기하고, 이는 중동 지역과 전세계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뎀프시 합참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해야 한다는 정밀타격론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이란전략 특별자문관을 지낸 조지타운대학의 매튜 크로닉 교수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크로닉 교수는 ‘지금은 이란을 공격할 때 (Time to attack Iran)’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을 추방하고, 우라늄을 무기급 수준인 90 퍼센트 이상 농축하거나, 이란의 곰(Qom) 시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 시설에 신형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경우, 미국은 즉각 이란의 핵 시설을 정밀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이란이 핵무장을 할 경우 초래되는 결과는 그 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크로닉 교수는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게 되면 중동 지역에서 핵무기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이란과 이스라엘간 불안정한 핵 균형은 전면적인 핵 전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핵 보유국 이란의 위협과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은 중동 지역에 대규모 해군력과 지상병력을 유지하고, 지역 동맹국들에 강화된 핵우산을 제공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도 선제공격론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은 1994년 1차 북 핵 위기 당시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영변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극적인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해결의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 핵 위기를 다뤘던 방식으로 이란의 핵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 주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의 알렉산드레 뎁스와 누노 몬테이로 조교수는 크로닉 교수의 주장은 미국의 핵 억지(contain) 능력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며, 동맹국들에 대한 강력한 안보 보장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 확장을 억지했던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막강한 핵 우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으로 북한의 핵 공격을 억제하고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 중동정책 부차관보를 지낸 콜린 칼 조지타운대학교 부교수도 지금은 이란을 선제공격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직 이란이 핵무기 개발 결정을 내렸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칼 부교수는 또 이란의 지도자들은 핵 시설 타격을 정권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대응을 우려해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크로닉 교수의 가정은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란의 지도자들은 핵무기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하는 외부 압력에 저항하는 데 정권의 합법성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핵 시설 공격을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전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칼 부교수는 선제공격에 따르는 높은 대가와 선제공격의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은 성급하게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인 미 외교협회의 제이미 플라이 국장과 미국기업연구소의 게리 슈미트 국장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고려한다면, 핵 시설 뿐아니라 이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 시설만을 폭격하는 제한적인 군사공격은 한시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으며 이란은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속 추진할 것인 만큼 결국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두 전문가는 따라서 이란의 핵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핵 시설 뿐아니라 이란 정권의 주요 통제부 등에 대한 광범위한 군사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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