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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 “6자회담 전망 밝지 않다”


북한과 중국의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6자회담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이룬 가장 큰 성과로 ‘북-중 밀착관계’를 꼽았습니다.

중국을 후견인으로 삼아 국제사회의 압력을 극복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 수뇌부의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의 말입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의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간 동맹관계를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두 나라 관영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올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이라며 “선대 지도자들이 물려준 전통을 계승해 북-중 관계 발전을 추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도 “북-중 우의관계를 굳게 지키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중 경제협력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 해군 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한 2012년이 바로 내년”이라며 북한이 중국에 식량과 석유 등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베이징 도착에 앞서 투먼과 무단장, 장춘 등을 방문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한 동북3성은 북한과의 경제교류가 가장 활발한 곳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중국 측 투자자들을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6박7일간의 방중 기간 중 거의 매일 중국의 공장과 산업시설, 유통업체 등을 둘러봤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북한이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북한의 발전에 적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 돌아가 중국식 개방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방중 때도 중국의 발전상에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이후 아무런 경제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본격적인 개방보다는 라진항 개발과 압록강 하구의 황금평 산업단지 정도의 제한된 경제 활성화 조치를 취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쉽게 재개될 것 같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독일 베를린 방문 중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로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북한이 사과를 하는 문제는 6자회담이나 남북회담 등 여러 가지에서 기본이다. 그게 진정성을 확인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부르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퀴노네스 박사는 남북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사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따라서 6자회담의 전망도 어둡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박사는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에서는 의미 있는 회담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퀴노네스 박사는 북한의 후계 문제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해 두 차례에 걸친 방중에서 중국 측에 후계 문제를 설명했고 베이징은 이를 양해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13일 방북 했던 중국의 멍젠주 공안부장 겸 국무위원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혁명의 계승 문제가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며 북한의 권력 승계를 추인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6박7일간 중국 수 천 킬로미터를 돌아다닌 것은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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