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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폭로로 중동 평화협상 흔들


중동 평화협상 과정에서 논의된 민감한 내용들을 담은 비밀문서들이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됐습니다. 이 중에는 팔레스타인측이 유대인 정착촌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양보하고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 규모를 제한하자고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얼마 전에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외교문서를 폭로해서 큰 파문이 일었었는데, 이번에는 아랍어 알자지라 위성 방송이 비밀 문서를 공개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 지난 해까지 진행됐던 중동 평화협상 관련 비밀문서를 입수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밝혔습니다. 연일 민감한 내용들을 폭로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모두 1천6백 쪽에 이르는 이 문서들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내부 보고서와 회의록, 전자우편이 포함돼 있습니다.

문)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살펴보죠.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큰 양보를 제안했다는 얘기가 화제던데요.

답) 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난 2008년 6월 중동 평화협상에서 동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 대부분을 이스라엘 영토로 넘기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과 이스라엘 경계지역을 넘기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했다는 겁니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면 수도로 삼겠다고 팔레스타인 측이 공언해 온 지역인 만큼 파문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문)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에 큰 양보를 했다구요?

답) 네. 지난1948년 이스라엘이 세워진 뒤 그 땅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인들이 해외로 쫓겨나면서 팔레스타인 난민과 후손들의 재정착 문제가 중동 평화협상의 주요 현안이 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올 수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수를 한 해 1만 명씩, 10년간 10만 명으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 측에 내놓은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해외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5백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제안 대로라면 난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좁아지게 됩니다.

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관련된 폭로도 있던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 요르단 강 서안지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반면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과격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일종의 정통성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차지한 뒤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8년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침공을 단행했는데, 그 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에 이스라엘이 미리 귀띔해 준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습니다.

문) 모두 팔레스타인 인들에게는 아주 민감한 문제들일텐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보도 내용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알자지라가 입수했다는 비밀문서들이 조작됐다는 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장입니다. 특히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과의 중동 평화협상에 관해 모든 내용을 아랍 국가들에 계속 알려 왔다면서, 알자지라가 어디서 이런 문서를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랍국가들에 숨긴 게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8년 중동 평화협상에 참여했고 현재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사에브 에레카트 협상대표도 같은 입장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그런 양보를 했다면 왜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이번 보도를 반박했습니다.

문) 팔레스타인 인들도 이번 보도로 충격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정부가 설마 그런 제안을 이스라엘에 했겠냐면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압바스 수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2백여 명이 요르단 강 서안 도시 라말라에 있는 알자지라 방송 사무실에 몰려가서 난동을 부리고 알자지라 글자가 쓰여진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지 않아도 유대인 정착촌 건설 문제로 중동 평화협상이 답보상태에 있는데, 이번 보도로 전망이 더 어두워진 거 아닙니까?

답) 중동 평화협상을 반대해온 쪽이 이번 보도를 크게 반기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인들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쪽이 어디인지 이번에 분명히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내부적으로 신뢰성을 의심받게 됐고 이스라엘은 중동 평화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양보만 받아내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타격을 받게 됐다고 인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알자지라 방송이 폭로한 중동 평화협상 내용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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