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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언어장벽


이걸 오늘밤에 다 읽어야 하나?

이러한 미국 대학의 커리큘럼은 큰 난관이었습니다. 1) 언어적 어려움, 2) 처음 겪어보는 많은 준비와 스스로 공부가 필요한 커리큘럼, 그리고 3) 3학년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수준의 어려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 난관이었습니다.

특히 언어 장벽은 교환학생에 오기 전 배낭 여행경험은 있었지만, 그 흔한 한국에서의 조기영어교육이나 어학연수 경험도 없던 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분걸려 한 페이지를 읽는데, 내일 있는 수업이 3개, 최소한 출석을 하려면 읽어야 할 분량이 50장, 숙제도 퀴즈도 페이퍼준비도 아닌, 단지 수업에 출석하기 위해 해치워야 하는 엄청난 책들...끔찍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 읽어간다 해도, 수업시간에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교수님 말씀은 받아적기도 전에 흘러갔을 뿐더러, 토론을 해야하는데 질문을 못알아 듣기가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토론은 어떻고요. 생각은 많은데 끼어들 재간이 있어야 말이죠. 한국에서 전국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여해 상을 탔을 만큼 말과 글을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100% 표현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본 적 없었던 저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전공과목 진도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된데는 과목 특성도 있었습니다. 제가 첫 학기에 수강하기로 한 과목은 모두 7개. (일반적으로 4~5과목을 듣는데에 비해 많은 량이었습니다) 정치경제학, 미디어와 대중문화, 재무관리, 조직행동론, ESL 2과목, 댄스. 이 가운데 특히 어려운 것이 정치경제학, 미디어와 대중문화였습니다.

경제학 과목은 기본적인 것도 들어보지 않은 상태였는데, 정치경제학의 경우 정치학 국제학 경제학이 합쳐진 과목이었습니다. 대학원식 세미나 수업인데다, 300레벨 수업이었죠. (미국대학의 수업은 기초적인 100레벨 수업부터 가장 어려운 400레벨 수업까지 있습니다) 기초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300레벨 수업을 들었으니, 내용자체가 이미 어려웠던 셈이죠. 게다가 영어까지 안되니, 저로선 2중고였던 셈이었습니다.

미디어와 대중문화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17세기 부터 20세기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다루는 그 수업은 제가 이해할수 없는 메타포와 비유들로 가득차 있었죠. 만약 중국학생이 우리나라에서 대중문화론을 듣는다고 할때 교수님이 '이수일과 심순애'나 '뽕짝의 감정' 을 이해하라고 한다면 알아들었을까요? 이 수업은 텍스트가 4권, 다루는 영화가 30개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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