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십계명 비 공공장소 설치는 위헌? -  미 대법원  위헌 여부 심리착수 - 2005-03-03


앵커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성경의 십계명 비를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위헌인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2일부터 심리를 시작했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공립학교내 종교 음악 연주에서부터 국기에 대한 맹세의 ‘하나님’지칭 문제 등 다른 민감한 사안에 까지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돼 미국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문답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연방 대법원이 이번 심리를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주시죠?

김 : 십계명은 기독교의 성경중 출에굽기에서 하느님이 모세에게 내려준 10가지 계명을 뜻하는 것으로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초기 정착자인 기독교 청교도들과 건국이념,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 배경때문에 십계명을 기념하는 상징물들이 교회는 물론 정부청사와 시내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십계명이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을 분명히 명시한 미 헌법을 위반했다며 무시론자들과 진보적인 시민 자유 단체들이 그동안 10여건이 넘는 소송을 지방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현재까지 텍사스와 켄터키주의 하급 법원에서 총 세 건의 판결이 내려졌는데 그 결과가 엇갈려 나왔습니다.

텍사스주 법원은 십계명 기념비가 여러 조각상중에 하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반면 켄터키주의 소송건을 심사한 연방 항소 법원은 십계명 상징물이 세속적인 목적을 벗어나 종교적 의도를 갖고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렇게 판결에 일관성이 없자 결국 대법원이 소송을 심리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2일부터 심리가 시작이 됐는데요. 연방 대법관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 : 매우 조심스런 분위기입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1980년 공립학교에 십계명을 설치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또 1992년에는 공립학교내 기도가 학생들에게 종교행사 참여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모두 폐지라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그러나 정부내 입법 절차중 갖는 기도식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지난 1983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사안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자 과연 역사적인 상징성과 종교적 편중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근본적 반문이 끊이지 않아왔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이 논란을 앞장서서 심리해 왔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 연방 대법관은 입법 절차에 갖는 기도식과 십계명 설치의 허가 사이에 구분선을 긋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안토니 케네디 (Anthony Kennedy)대법관 등 다수의 대법관들은 십계명 설치에 옹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케네디 대법관은 “무신론자가 정부청사에 들어가다가 십계명 기념물을 보면 눈을 가리고 가면 그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보적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Ruth Bader Ginsburg) 등 소수의 대법관들은 십계명 설치가 특정 종교에 대한 정부의 지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앵커 : 첫날 심리에 참석한 양측 변호사들과 찬반론자들의 주장은 어땠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십계명 설치 지지를 주도 하고 있는 그레그 아보트 (Greg Abott) 텍사스주 법무 장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증언을 마친뒤 기자들에게 십계명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아보트 장관은 십계명을 종교적 차원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국가 전통의 상징과 교훈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십계명 설치를 반대하는 듀크 대학 법학대학원의 어윈 케메린스키(Erwin Chemerinsky) 교수는 십계명 설치가 특정 종교의 지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머런스키 교수는 정부가 공공장소에 십계명을 설치 할 수도 있지만 특정종교를 지지하거나 높이는 유일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면에서 봤을때 특정한 설치물이나 기독교의 내용과 역사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케머런스키 교수의 주장입니다.

앵커 : 이날 연방 대법원 청사 앞에서는 찬반론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김 : 심리가 벌어진 첫날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100 여명의 기독교인들이 대법원 청사 앞에 나와 십계명 설치의 합헌을 호소했습니다.

켄터키 주등 여러주에서 모인 십계명 옹호론자들은 찬송가와 아멘 구호를 외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면서 대법관들의 십계명 유지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켄터키주에서 온 카터 스튜어트 (Carter Stewart) 침례교 목사는 십계명이 사람이 아닌 하나님의 명령이고 미국은 하나님과 기독교의 교리로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설치물이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사 앞에서는 소수의 무신론자들이 이에 맞서서 위헌 판결을 호소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버지나아에 소재한 ‘미국 무신론자들’이란 단체의 총장인 릭 윈그로브 (Rick Wingrove)씨는 대법원이 만약 십계명을 합헌으로 판결한다면 이는 기독교가 국가의 공식 종교임을 인정하고 2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헌법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 이 논란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도 발표됐죠?

김 : AP 통신과 한 여론조사 단체가 미국인 천 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76 퍼센트가 십계명 설치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시 행정부 역시 십계명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폴 크레멘트 (Paul Clement) 법무부 차관은 십계명이 종교적 색채를 갖고 있지만 이는 법의 한 관례로서 그리고 저명한 법의 역사적 상징물로서 세속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며 십계명 설치물의 유지 운동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연방 대법원은 올 6월말쯤에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