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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전문가, 부시 대통령에 닉슨식 외교 방안 제시  - 2005-02-10


미국내 시사 동향과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이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우호관계를 증진해야 하며 부시 대통령이 그 역할의 적임자라고 미국의 한 대북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언론인 출신의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브래들리 마틴(Bradley K. Martin) 교수는 9일 자신의 북한 관련 저서인 ‘어버이 수령의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서: 북한과 김씨 왕조’(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에 대한 강연 및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과거 닉슨 대통령식 외교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김영권 기자가 보다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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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워싱턴 소재 우드로 윌슨 국제 센터(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에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마틴 교수는 미국인들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김정일 정권과 북한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며 북미간의 화해 방법들을 제시했습니다. 김정일 독제 체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우호적인 대안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마틴 교수는 우선 북한 내부의 혁명을 통해 김정일 정권의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미국 국방부 내 강경 고위관리들의 주장을 지적하면서 이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북한의 군대는 외부와 거의 고립돼 있어 밖의 상황을 알지 못하며 주민들의 기아와 굶주림 실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군의 반란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김정일 정권이 아닌 적국 미국의 탓으로 결론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전쟁을 치루더라도 하루 빨리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 고난의 타개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미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와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의 아시아 지국장 등을 지내며 1979년 이후 북한을 4번 방문했던 마틴 교수는 독재 축출의 부작용을 남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당시 남한 사람들은 독재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꽃 필 것으로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부패가 더 만연하고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며, 북한 또한 김정일의 축출 뒤에 현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고 그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북한 체제의 전환을 주장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폴 울프위츠 부장관 등 국방부 고위 관리들은 자신들의 견해에 보다 신중함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또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김정일은 분명히 폭군이며 매우 난폭하고, 독재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대량 집단 학살을 자행했던 히틀러와 같이 미치광이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 그리고 매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만났음을 지적하고, 또한 즉흥적인 결정을 자주 내리는 성격으로 봤을 때 설득이 가능한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따라서 북한 정권을 무시하고 김 위원장의 심기를 자극하는 말보다는 우호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그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북미 우호관계 증진에 있어 부시 대통령은 완벽한 적임자라로 말하고 그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매우 비슷한 상황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1972년 당시 닉슨 대통령은 적대관계에 있던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돌아와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해 중국을 친구로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부시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이 핵 위기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면을 살리면서 북미 관계를 우호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마틴 교수는 지난 25년간 북한에 대한 자신의 연구 및 취재 자료들, 그리고 탈북자 50여명의 대담 등을 토대로 868 쪽에 달하는 비교적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지난 가을에 출간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미국 기업 연구소 (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 연구원은 마틴 교수의 통찰력과 저서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실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버스타트 박사는 첫째, 김정일 정권이 지금까지 외부에 일관성 없는 신호들을 보여온 점들을 지적하며 ‘어떤 근거들을 가지고 북한을 신뢰해 우호관계를 증진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둘째는 북한의 경제 개혁에 대한 의문점을 지적했습니다. 에버스타트 박사는 마틴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남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적인 지도력이 한국 경제를 살렸음을 들어 김정일 정권의 경제개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자신과 그의 가족의 권력을 약화시키면서까지 경제 개혁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박사는 마지막으로 ‘북한과 어떻게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에버스타트 박사는 지난 2000년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 1 부위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과 미국은 미국이 북한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할 때 친구관계가 가능하다고 말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헌법은 영토를 표기할 때 남북한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말하고 마틴 교수의 희망처럼 북미간에 진정한 친구의 관계가 과연 성립 할 수 있는가는 의문시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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