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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공중파 간판 뉴스 앵커들의 연이은 퇴임소식과 그 이유 - 2004-11-24


미국내 시사 동향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들어 미국의 지상파 텔레비젼 네트워크의 간판 뉴스 앵커들이 줄줄이 퇴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 앵커 하면, 그동안 미국인들의 생활과 정치관에 큰 영향을 미쳐왔던 인물들인데요. CBS의 댄 레더가 앵커자리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죠?

답 : 미국 CBS 저녁 방송의 간판 앵커인 댄 레더가 23일 앵커 퇴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올해 73살의 레더는 앵커를 맡은지 24주년이 되는 내년 3월에 ‘ CBS 이브닝 뉴스’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레더는 cbs의 풀 타임 특파원으로 계속 남아 시사프로그램인 ’60 minutes’ 등 2개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더는 지난 1950년대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60년대부터 CBS 로 자리를 옮겨 닉슨 태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 주요 뉴스들을 집중 보도하는 등 40년이 넘게 방송생활을 해왔던 베테랑 언론인 입니다. 댄 레더의 이 같은 발표는 경쟁 방송국 가운데 한 곳인 NBC 방송의 앵커 톰 브로코가 이미 사임을 발표하고 다음주에 방송을 떠날 예정인 가운데 나와서 그동안 20년이 넘게 이들의 뉴스를 사랑해 왔던 미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적하게 하고 있습니다.

문 : 20년을 넘게 방송을 해왔다면 자리에 애착이 참 많을텐데요. 떠나는 이유가 궁굼한데요?

답 : cbs의 댄 레더는 아무래도 지난 9월에 발생했던 부시 대통령의 주 방위군 복무 의혹에 관한 보도가 허위문건에 의한 오보로 밝혀졌던 것이 퇴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허위 문건 파문은 레더 자신의 명성뿐 아니라 CBS 뉴스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레더는 23일 퇴임 발표에서 그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NBC의 탐 브로코는 레더와 같은 구설수는 없이, 단지 자리를 떠날 때가 됐다며 지난 5 월말에 퇴임을 공식 발표했었습니다. 톰 브로코는 그동안 미국인들의 전통적인 정서와 삶을 다룬 3권의 책을 집필해 모두 베스트 셀러로 만들었으며 뉴스 시청률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NBC 방송은 다음주면 자리를 떠날 브로코를 위해서, 요즘 저녁 방송마다 그가 보도했던 특종 보도들을 내보내며 향수를 달래고 있습니다. 2주 후부터는 영화 007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미남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브로코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습니다.

문 : 세 명의 앵커가운데 이제 ABC 피터 제닝스만이 남았는데요. 거취가 어떻게 예상되고 있습니까?

답 : 일부 언론들은 피터 제닝스 역시 곧 자리를 뜰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닝스 본인은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닝스는 올해 66살로 직설어법의 달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으며 NBC 브로코와 함께 시청율 선두다툼을 벌여왔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2살 어린 브로코가 자리를 떠나는 상황과 젊은 기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뉴스의 형식도 21세기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어서 과연 제닝스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문 : 일부 미 언론들은 이제 화려했던 미 저녁방송의 앵커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도 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배경에는 어떤 이유들이 있습니까?

답 : 이곳 미국의 방송전문가들은 미디어의 발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3대 지상파 방송의 뉴스들은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치계를 좌지우지 할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습니다. 앵커란 말을 풀어서 해석해보면 ‘배의 닻’이란 뜻을 갖고 있듯이 뉴스의 선별과 순서를 직접 주도하고 진행까지 맡는 매우 중요한 직책입니다. 앵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고 또 자주 교체되는 한국의 풍토와는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것이죠.

그러나 인터넷과 24시간 케이블 뉴스 채널들이 들어서면서 시청률이 점차 감소해 현재는 시청률 10 퍼센트대에서 서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닐슨 미디어 리서치가 23일 발표한 시청율에 따르면 톰 브로코가 진행하는 NBC의 ‘Nightly News’ 가 천8십만여명으로 1위, 피터 제닝스가 진행하는 ABC의 ‘World News Tonight’ 은 9백 7십만명으로 2위, 그리고 댄 레더가 진행하는 ‘CBS Evening News’는 7백 5십만여명으로 3위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한편 전통적으로 뉴스에 집중 투입돼던 제작비가 아침 방송 프로그램들이나 최근 미국에서 집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쇼쪽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는 방송의 흐름도 저녁뉴스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주요 이유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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