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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한 인도적 지원과 정치, 엄연히 구분돼야'-인도주의 단체, 카리타스의 젤웨거 홍콩지부 소장 - 2003-10-28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한 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인도주의 구호 단체, 카리타스의 캐시 젤웨거 홍콩 지부 소장이 말했습니다.

젤웨거 소장은 최근 이곳 워싱턴 소재 한국 경제연구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의 식량난과 보건위기 실상과 경제개혁이 북한 사회에 미친 영향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문주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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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독일에서 시작된 카톨릭 구호단체인 카리타스는 지난 8년간 대북한 지원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캐시 젤웨거 카리타스 홍콩지부 소장은 최근 북한을 방문해 경제개혁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와 함께 북한의 식량과 보건 위기 상황을 직접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젤웨거 소장은 현재의 북한 식량상태는 1995년에서 97년 3년간의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회복 정도는 아직도 미미하며 북한 주민 대부분이 국제 구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북한에서의 삶은 생존을 위한 삶이라고 젤웨거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젤웨거 소장은 장기간에 걸친 식량난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친 영향을 북한 어느곳에서나 목격할수 있었다면서, 특히 식량난으로 인한 보건 위기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식량지원에 주력하면서 그동안 기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보건 위기 문제는 소홀히 해왔다고 젤웨거 소장은 말했습니다.

젤웨거 소장은 북한의 식량 안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북한 자체의 농업생산 증대와 상업적인 식량 수입, 그리고 국제 지원이라는 3가지 방법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카리타스는 또한 북한에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고아원 어린이 8천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젤워거 소장은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식량과 의료 혜택, 의복등을 지원하고 있는 한편, 특히 그들이 혼자가 아니며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북한 어린이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워거 소장은 북한을 생각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기아와 질병, 가난, 대량 살상무기, 난민 등 모두 부정적인 것들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북한의 실상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젤웨거 소장은 1990년대 중반 이래로 북한 경제가 악화 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가 최근 개방 정책과 경제 개혁을 시도해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경제 개혁으로 인한 변화가 북한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젤웨거 소장은 지난해 7월 경제 개혁이 시작된 이래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전력 상황도 개선됐으며, 여러곳에서 건축이 이루어지는 등 산업 활동이 어느 정도 증가한 것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전거 수리와 목재 수송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과 농산품이 판매, 교환되는 시장이 서는 등, 북한 전역에서 시장 중심의 경제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정 한계 이상은 넘어설 수 없는 규제가 존재한다고 젤웨거씨는 북한의 시장 체제를 설명했습니다.

7-8년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정부 기관에서 식량을 배급받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어느곳에서나 쉽게 볼수 있었지만, 올해 방문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고 젤웨거 소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의 정부 식량 판매소에서는 이제 무료 배급 대신 남한에서 수입한 곡물들을 1킬로그램당 쌀은 40-41원, 옥수수는 20-22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일인당 하루 약 380그램 분량을 판매하고 있다고 젤웨거씨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의 하루 곡물 소비량 380그램은 미국인들의 아침식사 한끼로 섭취하는 1300칼로리 정도의 열량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정부의 식량 배급이 중단된 이후로 북한 주민들은 집앞 마당 등 소규모의 농장에서 야채와 곡식을 재배해서 자급 자족하거나 이를 판매해 비록 미미하긴 하지만 부수입을 올려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젤웨거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젤웨거 소장은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이 작년에 비해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백만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젤웨거 소장은 경제 개혁이 시작된 이후로 쌀과 옥수수에 의존하던 농업 생산이 담배와 깨, 야채, 과일등 현금 수입을 올리기 위한 농작물로 다양화 되고 있음을 볼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장 경제로 인한 변화의 물결이 북한 사회에 도래하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 역시 발견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젤웨거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지도자들이 경제 개혁과 개방 정책을 통해 국내 경제 회복을 도모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투자와 거래를 통해 도와줄때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수 있다면서 젤웨거 소장은 국제사회의 대북한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원하고 있는 식량이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군대 유지에 소비되지 않고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음을 확신한다고 젤웨거 소장은 말했습니다. 또한 인도적 지원과 정치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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