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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소니언 박물관, 한인 이민자들의 삶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시사회 - 2003-05-07


한인 미국 이민 100주년 맞아 이곳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 재단 산하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경축하는 다양한 행사를 주관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강당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이에 얽힌 역사를 재조명하는 “아리랑: 미주 한인들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영화를 기획, 제작한 탐 호프만 감독을 비롯해 영화 속에 소개됐던 실제 한인들,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도 참석해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취재: 문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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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의 공식 미국 이민은 1903년 1월 13일 102명의 한인들이 갤릭호를 타고 꿈의 나라, 미국 하와이에 도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들에 뒤이어 사진 신부들, 정치적 망명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전쟁 고아들, 그리고 유학생 등 많은 한인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정착했으며, 1970년대 이후로는 이민법 개정으로 백여만명의 한인들이 미국에 이주해 왔습니다.

고국을 떠나 신천지 미국으로 향했던 사연과 목적은 각기 달랐지만, 아마도 많은 한인 이민자들에게 있어 고국의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노래는 아마도 이 노래, 아리랑 일것입니다.

“아리랑: 미주 한인들의 여정” 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인 탐 호프만씨는 하와이 사진 신부의 손녀인 아내의 영향을 받아 한인 이민자들의 지난 100년을 짚어보고 미래를 조명하고자 이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일제 식민지 시절 미주 한인들의 독립 운동 활동과 1992년 로스 앤젤레스 흑인 폭동 등 한인 미국 이민사에 있어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솔직하고도 담담히 짚어냈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한 많은 미국인들은 영화를 통해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당시의 충격적인 상황을 보면서 한인 이민자들이 겪어온 고난을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한인 친구의 소개로 이날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는 한 미국인은 폭동 당시 일부 한인들이 직접 소총과 기관총을 들고 한인 상점들의 약탈을 막기 위해 나섰던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면서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미주한인들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었는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캘리포니아의 한 한인 이민자도 역시 영화를 보고 많은 점들을 느끼고 배우게 됐다고 말합니다.

탐 호프만 감독은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언론 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한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영화를 통해서 보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한인 이민자들의 역사를 알림과 동시에 이들의 정체성을 찾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제작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호프만 감독은 또한 미주 한인들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호프만 감독은 한인들이 미국에서 밝은 장래를 맞기를 희망하고 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들의 장래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앞으로 어떠한 나라가 될지에 좌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장래는 한인들의 장래 뿐 아니라 미국의 장래 자체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호프만 감독은 또한 영화 속에서 미국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한인 2, 3세들의 활약을 담아내면서, 이들이 한인으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더 이상 이민자가 아닌 미국 사회의 일원, 미국인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도 나타냈습니다.

한편, 시사회가 끝난후 리셉션 장소 바로 옆에서 열리고 있던 한인 이민 사진전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곳에서 하와이 사진 신부의 후손으로 이곳 워싱턴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다른 관람객들에게 전시회에 걸린 자신의 할머니의 사진을 설명하는 모습도 볼수 있었습니다.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였던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고 할머니를 신부로 골라서 결혼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조앤 리씨는 자신이 한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날 영화를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인 이민 100주년 워싱턴 기념사업회 회장 박윤수씨의 부인 현주씨의 말입니다.

한인 이민자들이 이땅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지 어언 100년. 강산이 열번이나 변해 왔을 그 인고의 세월을 넘어온 한인 이민자들은 이제 미국 시민으로서도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면서도 한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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