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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미국 예술 영화의 전당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 - 2002-12-04


미국 뉴욕시의 옛날 법원 자리에 위치한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The Anthology Film Archives)에는 지난 1백년동안 전 세계에서 제작된 다양한 영화들이 보관돼 있습니다. 미국 영화계의 소중한 자산인 이 영화 보관소와 그 곳에 보관돼 있는 많은 영화 작품들은 대부분 조나스 메카스씨 혼자 일구어낸 결실입니다.

미국의 소리 기자가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를 방문해 메카스 씨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 텍스트= 조나스 메카스(Jonas Mekas)씨는 미국 전위 영화 제작의 대부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지난 1922년에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메카스 씨는 제 2차 세계 대전의 마지막 해를 독일의 강제 수용소에서 보냈고, 1949년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난민 정착촌에서 지내던 메카스 씨는 스물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자신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러시아가 리투아니아를 침공했을 때 우리는 오로지 러시아 선전 영화들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후 독일이 침공했을 때는 다른 종류의 선전 영화를 봤습니다. 그러다가 뉴욕으로 온 후에야 이른바 예술 영화라는 것을 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새롭게 발견한 열정에 고무된 메카스 씨는 그런 열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951년 메카스 씨는 뉴욕시, 현재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가 자리잡은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이 수집한 첫번째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당시 상영된 영화는 케네스 앵거(Kenneth Anger)감독의 폭죽(Fireworks)이라는 작품이었고, 그로부터 전위영화, 독립영화, 외국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50년간의 대장정이 시작됐습니다.

메카스 씨는 1970년 앤솔로지 영화보관소를 설립했습니다. 대규모 도서관과 함께 2개의 극장이 있는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는 하루에 3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년간 5만장의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영되는 작품들에는 세계에서 가장 소중하고 영향력있는 걸작품으로 영화 보관소 측에서 분류해 놓은 이센셜 필름 레파토리(Essential Film Repertory)에 들어있는 작품은 물론 신작 영화와 주요 독립 영화제작자들의 회고 작품도 포함돼 있습니다.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의 영화상영 담당 조정관인 존 미리피리(John Mhiripiri)씨는 헐리웃 영화가 처음 상영되는 시내의 다른 극장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보관소의 극장들도 대부분 관객들로 가득찬다고 말했습니다.

“앤솔로지의 영화는 전위 영화나 비 상업용 영화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곳에 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셉 코넬(Joseph Cornell)감독이나 스탠 브랙헤이지(Stan Brackhage)감독, 또는 해리 스미스(Harry Smith)감독 등 이센셜 시네마 소장품으로 분류된 작품들을 상영할 수 있고,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1920년대에 만들어진 맨 레이(Man Ray)감독의 다다이즘 영화들을 상영하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그 영화도 좋아합니다. 정말 보람있는 일로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는 또한 영화 보존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보관된 대부분의 영화들이 필름 수축이나 탈색, 화학적 분해 등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메카스 씨와 앤솔로지 영화보관소를 위해 일하고 있는 영화 보존 전문가 마이클 프렌드(Michael Friend)씨는 보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기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상적인 생산 매체로서의 영화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매체가 무엇이든 그 매체가 사라지면, 모든 것을 새로운 매체에 옮겨야 합니다. 옮길 수 있는 적절한 물질을 찾고, 또 새 매체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래의 품질을 잃지 않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그 영화가 원작처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프렌드 씨는 명작으로 꼽히는, 대부나 카사블랑카 같은 영화들을 보존하기 위한 자금을 찾는 것은 쉬운 반면, 앤솔로지 영화보관소에 보관돼 있는 영화들처럼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보존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끊임없는 전쟁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같은 전쟁은 꼭 필요하다고, 프렌드 씨는 덧붙였습니다.

"이 건물 속에는 서방 세계의 가장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가 보관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거리를 걸어 내려와서 10달러를 내고 새 헐리웃 영화들을 볼 때, 여러분은 가장 위대한 미국의 업적 가운데 하나가 보관된 이 곳에서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게 됩니다.”

영화 감독이기도 한 메카스 씨는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 소장으로서, 사람들이 영화 보관소에 와서 대형 영화, 상업 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의 세계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보고 경험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는 5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옛날에 사람들은 우리 유럽 사람들이 갖지 못한 것을 뭔가 다른 것을 가져 오기 위해 아시아나 다른 여러 나라들로 위험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과 전체 문명과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매우 특별한 것들을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로부터 온 것들을 배제한다면, 유럽 문명과 문화는 지금과 다를 것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나라의 영화들을 외면한다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많은 상실을 자초하게 되는 것입니다.”

메카스 씨는 앤솔로지 영화 보관소는 내년에 3백만 달러를 들여 최신식 도서관 건설 공사를 시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서관이 완공되면, 상자속에 담겨 앤솔로지 영화보관소 복도에 흩어진채 방치돼 있는 많은 영화들이 마침내 도서관 선반위에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메카스 씨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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