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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가 좀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더군요---이 호림 - 2002-05-03


한국어 방송반 여러분, 모두 평안하신지요?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요즈음 러시아는 봄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아마 워싱턴 지역도 마찬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4월 초 비자 관계로, 다시 한번 러시아를 떠나 다른 나라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라트비아라는 발트해 3개 국가중 한 곳을 갔습니다. 지난 1월 초에는 에스토니아를 갔었는데, 이번에는 그 국가와 인접했으며,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라트비아를 간 것이지요. 제가 있는 쌍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는 기차로 약 10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저녁에 기차를 타고 출발하면 아침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국경 통과때가 약간 힘든데, 새벽녘이나 자정전후해서 국경 검문을 양쪽 국가에서 받는 것이 불편한 점이지요. 저는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에 도착했습니다. 러시아나 그와 인접한 국가의 오래된 도시들처럼 이곳 역시 중세 한자 동맹의 도시중 한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시가지에 가면 중세 길드(Guild)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있고, 오래된 교회와 저장창고, 가옥등을 많이 볼수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러시아 도시에서 4시간 정도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가면 나오는 노브고로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노르웨이의 이전 수도 베르겐 같은 곳들이 북쪽 지역에 위치한 주요 한자 동맹 도시들입니다. 리가의 도시 규모는 탈린보다 더 큰 것 같더군요. 건물들도 더 유럽화된 느낌이 들고요. 에스토니아처럼 EU 후보 국가이지만, 라트비아가 좀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더군요. 이 도시에서도 역시 한국 상품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도시 중앙역에 내리자 마자 LG광고가 크게 눈에 들어오고, 구시가지 입구에 LG 매장이 있더군요. 시내를 다니는 전차에는 삼성, 대우 광고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고, 길거리에서 현대, 대우 자동차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관광객은 거의 볼 수가 없었고, 설악산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당이 이 수도에 하나 있더군요. 어쨌든 한국이 많이 세계 곳곳에 진출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인상적이 었던 것은 여행 안내서에 Occupation Museum이 유명하다고 하여 가 보았는데, 소련과 나찌가 라트비아라는 국가를 점령하고 있는동안 저지른 만행을 고발하기 위하여 만든 곳입니다. 원래 라트비아는 독립국이었었는데, 소련의 스탈린이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같은 다른 발트해 국가들과 같이 강제로 소련에 합병해서 15개 공화국으로 이루어진 구 소련을 만든 것이지요. 소련 통치기간동안 비밀 경찰이 많은 라트비아 사람들을 정치, 종교, 이념적인 이유로 잡아다가, 고문하고, 죽이고 했던 것을 이 박물관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있던 시절을 연상하게 할 만큼 전시실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2차세계대전의 발발로 소련군이 라트비아에서 물러가고, 나찌 군대가 들어와서 이 땅을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해방군으로서 환영을 받았으나, 후에는 여느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처럼 많은 유태인들을 강제 수용소로 보내서 학살했습니다. 라트비아에서 나찌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 박물관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찌가 망해서 물러간후에는 다시 소련이 이 땅을 다스리게 되었고, 대대적인 소비에트화가 진행되었고, 이에 반기를 든 라트비아 사람들은 해외로 망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중 지난 1991년 구 소련이 붕괴되며, 발트 3국은 독립을 이루어 오늘날에 이른 것 입니다. 이 박물관을 보며 한국처럼 식민 통치의 경험이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이 이루어 졌고, 독립을 위한 그들의 끈질긴 노력에 존경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 나라에 가게 되시면 꼭 이 박물관을 가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이 국가는 아직 비자 면제 협정이 되어 있지 않아 비자를 받으셔야 하는데, 공항에서 받으실 수도 있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받았는데, 하루만에 나오는 단수 비자가 미화 30달러 이더군요. 무비자 협정국이 아니라서 이 나라를 통해 북유럽이나 러시아로, 또는 북유럽이나 러시아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가기 위하여, 비자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오는 배낭여행객들이 이따금씩 애를 먹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수도인 리가로 비행기로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오는 경우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점을 꼭 명심해 주시길 바라며, 다른 발트해 국가들처럼 빨리 무비자 국가로 변경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방송 상태는 봄철이 되어서 그런지 겨울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한국시간 저녁 방송의 경우, 9545Khz는 간섭 현상(Interference)이 심하고, 12010Khz는 Fading이 심하며, 7235Khz는 잡음(noise)이 많더군요. 다른 주파수는 아예 청취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듣는 것이 더 편할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혹시 새해 달력이 남았으면, 몇장 보내주시기 바라며, 또한 새로 나온 QSL 카드가 있으면 받고 싶습니다. 번거로운 부탁에 죄송함을 말씀드리며, 혹시 러시아에 오실일이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성심 성의껏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늘 평안하십시오.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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