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테러공격으로 무너진 뉴욕의 월드 트레잇 센터의 잔해가 도시에 심각한 공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은 도시의 정상화를 위한 뉴욕 시정부의 노력이 시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추진되고 있다며 걱정합니다. 지금 뉴욕에는 건물 잔해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특파원은 전합니다.
월드 트레잇 센터 근처에 설치된 임시 진료소에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제거하던 인부들의 호흡기 검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의사들은 건강보험도 없이 무너진 쌍둥이 건물 파편속의 두껍게 쌓인 먼지더미를 해치며 복구작업을 하던 인부들을 검진하고 있습니다. 이 진료소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오마르 헨리케즈씨는 인부들이 소위 월드 트레잇 센터 기침이라고 명명된 호흡기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른 기침이나 코피, 여성의 경우엔 생리불순과 가슴통증, 그리고 천식의 증상이 있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월드 트레잇 센터가 무너졌을 때 주위에 퍼진 거의 백만톤에 달하는 파편 속에는 석면, 벤젠,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적절한 보호장비 없이 복구작업중 먼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인부들이라고 의사들은 전합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심한 기침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최근엔 붕괴현장에 있던 경찰관 네명의 혈액 속 수은 수치가 현저히 증가했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대략 4만여명 정도가 뉴욕의 붕괴현장 주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역 정치가인 캐쓰린 프리드씨도 건물 잔해로 인한 공해문제에 대해 크게 염려하는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시정부는 거주자들을 건물 잔해 근처로부터 소개시키고 상당기간동안은 그곳으로부터 격리시켰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마도 시 당국은 주민들을 격리시키는 방안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중에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야 시당국의 성급함으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치룬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무척 두렵습니다.”
미 연방정부 산하 ‘환경보호국’은 지난 911테러 이후 맨하탄 남부지역에 약 수천번에 걸친 대기오염 실태조사를 실시해 왔습니다. ‘환경보호국’의 메리 헬런 세르반테스 대변인은 자체 자료에 근거해 맨하탄 지역의 대기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해를 끼칠만큼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물론 맨하탄 지역에 아무 위험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희는 복구작업 초기부터 인부들에게 예방조치를 취하고 그들에게 보급된 보호장비를 착용하라고 강력히 권고해 왔습니다. 또한 천식증상이 있거나 기타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절한 예방책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환경보호국’의 민원조사관은 현재 호흡기 질환검사가 진행된 방식과 시민들에게 제공된 관련정보에 대해 제기된 불만신고를 조사중입니다. 세르반테스씨는 여러 정부기관들이 공해문제에 대해 책임을 분담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 적절한 정보가 신속히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완전하고도 지속적인 복구작업을 감독할 소위 ‘수퍼펀드’를 조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근엔 건물 잔해의 근처 빌딩에서 진행된 민간주도의 검사에서 허용치보다 555배나 많은 석면이 검출됐다는 검사결과가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프리드씨는 한편 각 건물의 주인들이 무너진 쌍둥이 건물로 인해 더럽혀진 자신들의 건물을 직접 청소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건물 잔해 제거에 관한 시당국의 이번 조치는 분명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청소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단언하건대 만일 이번 조치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거리는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파편들로 가득찬 건물들로 가득찰 것입니다.”
시 관계자들은 인근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학교 청소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밝혔으나,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