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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화폐개혁 조치 이후 민심 크게 동요'


북한 당국이 최근 장마당을 다시 허용하고 외화 사용을 사실상 묵인하는 등 화폐개혁 조치와 함께 발표한 일련의 정책들을 백지화 하거나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폐개혁 조치가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내 민심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 조치와 함께 취한 핵심 정책들이 주민들의 반발 등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30일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한다'며 옛날 돈 1백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꾸는 한편 장마당을 제한하고 외화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북한 당국은 하나둘씩 관련 정책들을 완화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지난 2008년 한국으로 탈북한 이래 북한 내 지인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김은호 씨는 북한 당국이 지난 1월 중순을 기해 장마당을 다시 허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다 풀어준 상태입니다. 제일 큰 시장이 평성시장하고 청진의 수남시장인데, 폐쇄했던 시장을 승인하고, 열흘에 한 번 하는 시장도 매일 합니다."

김은호 씨는 또 북한 당국의 외화 사용 금지 조치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외화 사용은 지난 해 12월 말에 국가가 미국 달러를 쓰지 못한다고 보안성 포고가 내렸거든요. 지금은 국가적인 사용 허락은 내려오지 않았지만 개인들은 지하에서 다 매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뒤늦게나 사태를 다소 수습해 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박사는, "화폐개혁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북한이 장마당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장마당은 지난 10년 간 북한 경제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중요한 버팀목이었는데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폐쇄하고 경제가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화폐개혁이 실패하고 민심이 흉흉하자 북한 당국이 책임자를 문책하고 경질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최근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박남기 북한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해임됐다고 지난 5일 보도했습니다. 또 노동당의 돈줄을 쥐고 있는 김동운 39호 실장이 경질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현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윈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는 북한 당국이 관리 몇 명을 해임하는 것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폐개혁의 물리적인 결과는 수습이 절대 될 수 없고요. 그저 민심을 좀 가라 앉히는 효과는 있겠죠. 경제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 안 될 겁니다."

김광진 연구원은 특히 이번 화폐개혁의 후유증은 지난 2002년에 실시한 '7.1경제관리 개선 조치'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도 경제 개혁은 실패했지만 주민들은 장마당을 현실화 하는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민들이 그동안 애써 모아놨던 재산을 빼앗겼기 때문에 민심이 김정일 정권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002년에는 시장에 접근을 많이 한 조치를 취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이번 화폐개혁은 재산을 몰수한 것 아닙니까. 얼마 만큼 밖에 바꾸지 못한다, 이렇게 해놓으니까, 반발심이 훨씬 클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하루빨리 장마당을 활성화 하고 개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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