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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일관


북한은 최근 외무성 성명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 유엔 등지의 대사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북한이 제재 해제를 촉구하고 있는 배경과 미국의 입장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12일 최진수 중국주재 대사가 대북 제재 해제를 촉구한 데 이어 신선호 유엔대표부 대사도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제재가 풀려야 6자회담과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면서, 대북 제제가 해제될 경우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를 내비쳤습니다.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 각국의 개별 제재는 지난 해 6월 본격화 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4월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5월에 2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했습니다.

1874호 결의는 북한의 무기와 관련된 수출입과 금융거래, 그리고 인도적 목적 이외의 대북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에 대해 공해상 검색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어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이제선 원자력총국장 등 북한 정부 인사 5명과 단천상업은행 등 8개 북한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지난 7개월 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몇몇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선 지난 해 6월 무기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화물선 ‘강남호’가 버마를 향해 가다가 미 해군 구축함의 추적을 받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어 8월에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이 북한산 무기를 실은 이란행 선박을 적발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북한산 무기를 실은 수송기가 태국에서 억류되는 사건도 발생했고, 유럽에서는 북한이 수입하려던 호화 유람선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해 다소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 박사는 “북한은 지난 60년 간 줄곧 제재를 받아온 나라”라며, “안보리의 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탈북자 출신인 한국 서강대학교의 안찬일 교수는 “무기 수출은 북한의 최대 외화 수입원”이라며, 대북 제재로 북한의 외화난이 가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무기를 싣고 나가던 비행기가 강제 착륙되고 회수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재로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집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대체로 안찬일 교수와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대사는 지난 12월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 대한 제재보다 강력하다”며 “북한이 이로 인해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미국을 겨냥해 ‘제재를 빨리 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평양이 바라는 대로 그렇게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1874호에 근거한 것으로, 제재가 풀리려면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1874호는 북한에 핵확산금지조약 (NPT)과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도 이미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몇 차례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지난 해 12월 평양 방문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경우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현 상황에서 섣불리 대북 제재를 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제재의 고삐를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관측통들은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면 유엔 안보리가 별도의 결의를 채택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03년 리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 별도의 안보리 결의를 채택한 만큼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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