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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남북한 눈 사태 천양지차’


최근 한반도에 큰 눈이 왔습니다. 1백 년 만의 큰 눈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탈북자들은 북한의 눈 사태와 남한의 눈 사태는 `천양지차’라고 말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4일 서울을 비롯한 한국 중부 지방에 25센치미터의 눈이 내린 것을 비롯해 서해안과 강원도 일대에도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 속에 눈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고 농작물 피해도 생겼습니다.

북한에도 큰 눈이 내렸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지난 7일 공개한 인공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의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에 눈이 내려 온통 흰색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지난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 부대를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눈이 김 위원장의 무릎 높이까지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체코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내다 지난 2000년 초 한국으로 망명한 김태산 씨는 북한에도 눈이 많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해안 쪽으로 신의주, 평양 이쪽으로는 훨씬 더 많이 왔고 동해안 쪽으로는 조금 적게 왔을 것 같은데, 평양에도 예년보다 더 많은 눈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남북 모두 폭설이 내렸지만 북한과 남한에서 겪는 눈 사태는 천양지차라고 말합니다.

우선 서울에서는 눈이 내리면 시 당국이 불도저 같은 각종 중장비를 동원해 눈을 치우고 길에 쌓인 눈을 녹이기 위해 ‘염화칼슘’을 뿌립니다. 그러나 평양에는 제설장비가 없을 뿐 아니라, 염화칼슘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라고 김태산 씨는 말했습니다.

“북한에 무슨 먹고 살, 김장할 소금도 없는데, 염화칼슘 같은 화학자재를 역사적으로 써본 적도 없거니와 지금까지 뿌려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큰 눈이 내리면 농작물 피해가 발생합니다. 농민들이 ‘비닐 하우스’라는 온실에서 상추와 오이, 고추, 토마토 같은 농작물을 키우는데, 눈이 오면 온실이 무너지거나 냉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비닐 하우스가 없기 때문에 농작물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북한의 농업과학원 출신 탈북자인 이민복 씨는 말했습니다.

”아 그런 시설이 아예 부족하니까 영향이 없어요. 겨울에 재배할 에너지나 비닐박막이 굉장히 부족하니까…”

탈북자들은 또 북한에서 눈이 많이 오고 한파가 몰아치면 가장 고생을 하는 것이 여성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돗물이 안 나와 가정주부들이 밥 지을 물을 구하기 힘든데다, 난방이 안돼 평양의 아파트에서도 벌벌 떨며 춥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2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숙 씨의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겨울에 물이 안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특히나 겨울에 온수가 안 나와 화장실이 얼고, 애를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탈북자들은 또 이른바 `꽃제비’들이 폭설과 한파 속에서 동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다 역전 등에서 잠을 자곤 하는데,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동상에 걸리거나 얼어 죽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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