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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러시아 11개 시간대 4개로 축소 검토


러시아가 11개에 이르는 기존의 시간대를 4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영토가 동서로9천 킬로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여러 개의 시간대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경제효율성을 위해서는 시간대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우선 시간대에 대해서 알아보죠. 어떻게 정해지는 겁니까?

답) 지구를 24등분해서 정합니다. 지구가 한 바퀴, 그러니까 360도 자전하면 하루가 지나는 원리를 적용한 거죠. 지도상에서는 360도를 24등분해서 15도 마다 한 시간씩 시간대를 나눕니다. 영토의 동서 길이가 긴 나라는 여러 개의 시간대를 가지게 되겠죠. 하지만 국경이나 지리적인 특징, 편의상의 이유를 들어서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런데 러시아는 11개나 되는 시간대를 갖고 있어요.

답) 그렇습니다. 단 한 개의 시간대를 갖고 있는 한반도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죠. 러시아는 영토의 동서 길이가 9천 킬로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한 개의 시간대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영토의 서쪽 끝이 낮이면 동쪽 끝은 밤이기 때문이죠. 유럽에서 극동아시아에 걸친 러시아 영토, 세계 육지 면적의 9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실감이 가실 겁니다.

)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영토군요. 그러니까 러시아 서쪽 끝하고 동쪽 끝이 10시간이나 차이가 난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답) 서쪽 끝에 있는 폴란드와의 국경지대는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2시간 앞서고, 동쪽 끝에 있는 캄차카반도는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12시간 앞섭니다. 예를 들어 서쪽 끝이 오전 8시일 때 동쪽 끝은 오후 6시가 됩니다. 그러니까 서쪽 끝에 사는 사람이 아침 밥을 먹고 있을 때 동쪽 끝에 사는 사람은 저녁 밥을 먹을 시간이라는 거죠.

) 11개의 시간대, 한 때 러시아의 자랑이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러시아 제국이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팽창정책을 지속한 결과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다스렸는데요, 그 뒤를 이은 옛 소련이 11개의 시간대를 설정하고 국가의 자랑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시간대를 지나치게 세분화한 탓에 주변국들의 시간대와 어긋나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지도를 보면 일본 도쿄가 블라디보스토크 보다 동쪽에 있기 때문에 아침이 먼저와야 하지만 시간대 상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 보다 한 시간이 늦습니다.

) 억지로 시간대를 늘린 결과군요.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 러시아가 이번에 시간대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경제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극동지역 캄차카반도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은 모스크바와 9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사업상 전화를 하더라도 모스크바 시간에 맞추려면 저녁이나 밤까지 기다렸다 해야 합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은행이나 관청과 업무를 보려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시간이 생명인 사업인 경우에는 이런 시차 때문에 낭패를 볼 수도 있겠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경제개혁을 강조하면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 그렇군요. 사실 영토가 큰 미국이나 중국도 러시아만큼 시간대가 많지는 않죠.

답) 미국본토의 경우는 동서 길이가 4천 8백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러시아의 절반 정도 되는데요, 시간대는 러시아의 3분의 1정도인 4개만 있습니다. 중국은 이보다 더 합니다. 동서 길이가 5천 킬로미터, 미국보다도 더 긴데요, 시간대는 수도 베이징 시각에 맞춰서 하나로 통일돼 있습니다. 지리상으로는 4개나 5개의 시간대로 나눠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중앙집권 강화를 위해 마오쩌둥 공산정부가 이렇게 정했다고 합니다.

) 중국은 좀 지나친 경우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 비춰볼 때 러시아가 시간대를 좀 줄여야 할 필요성은 있겠군요. 현재 어떤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까?

답) 4개로 대폭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칼리닌 그라드, 모스크바, 우랄산맥, 그리고 시베리아 극동지역 이렇게 4개 지역으로 나눠서 각 지역마다 같은 시간대에 들어가게 하자는 겁니다.

) 러시아 국민들은 이런 방안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경제효율성을 주장해온 사람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간대가 크게 바뀌면 거기에 맞춰서 잠에서 일어나는 시간이나 출근 시간도 크게 바뀔 수밖에 없고 지역에 따라서는 큰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시간대를 대폭 축소하는 건 지역마다의 다양성을 무시한 모스크바 중심적인 조치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11개의 시간대는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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