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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베트남 개혁개방 23년] 7. 취재 후기


베트남이 경제성장을 위해 ‘도이모이’로 불리는 개혁 개방에 나선 지 이 달로 23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빠른 속도의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온 베트남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베트남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성장의 원동력을 살펴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현지에서 직접 취재하고 돌아온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답) 네, 이번 취재는 지난 달 18일부터 25일까지 1주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수도인 하노이와 경제중심지인 호치민을 방문했는데요, 베트남 정부 당국자, 공단 관계자, 경제전문가, 일반 주민들, 그리고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베트남 경제 상황에 관한 얘기를 폭넓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 현지에서 베트남의 경제 상황을 직접 살펴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답)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답게 경제적으로 활력이 넘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 논과 밭이었다는 하노이 인근의 쭝화지역은 고급 아파트 촌으로 변해 있었고, 호치민 사이공 강 남쪽의 쓸모 없는 습지는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출근길 도로는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탄 오토바이들로 가득 찼고, 백화점과 시장도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이미 지난 해에 3천만 명을 넘었고, 인터넷 보급률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제는 시골의 일부 농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농작물을 판매하고 있다고,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자랑했습니다.

문) 그런 정도라면 베트남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현지취재 중 직접 만나 본 베트남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진 데 만족하면서, 미래는 더욱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습니다. 호치민 시 정부 산하 ‘개발연구원’의 딘 손 훙 부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딘 손 훙 부원장은 도이모이의 가장 큰 성과는 베트남 국민들의 잠재력을 일깨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주의 폐쇄경제 아래서 의욕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도이모이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문) 이번 취재 중에 여러 곳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셨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답) 전국 각지에 자리잡고 있는 공업단지들이었습니다. 이번에 베트남 1호 공단인 탄뚜언 공단 등 6개 공단을 방문했는데요, 도이모이 이전에 단 한 개도 없던 공단이 지금은 약 2백 개로 늘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발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단들은 수출을 주도하고 베트남 국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공단들이 값싼 임금을 이용하려는 봉제나 의류 같은 노동집약적인 공단이었다면, 지금은 남부 붕따우 성의 푸미공단 같은 중공업공단이나 호치민에 있는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 처럼 기술과 자본이 중요한 첨단기술 공단이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였는데요, 앞으로 베트남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고 있습니다. 호치민에서 서북쪽으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광쭝 소프트웨어 시티’는 정보통신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선정한 베트남 정부가 야심차게 조성한 첨단기술공단인데요, 츄 티엔 즁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21세기는 정보통신의 세기라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보기술은 단순히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생활수준과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베트남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미비한 점들이 많을텐데, 어떻습니까?

답) 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로와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도 하노이에서 제1의 관광지인 하롱베이까지 거리 상으로 1백70킬로미터 정도인데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까 4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먼지와 공해도 문제였습니다. 호치민이나 하노이 같은 대도시의 경우 특히 심했는데요, 성장을 우선시 하다 보니 아직까지 환경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 개발도상국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부 관리들의 부패가 아닙니까. 베트남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취재 중 만난 기업인들은 정부 관리들의 관료주의, 특히 뒷돈 문화를 지적했는데요, 1994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인형제조업체 세모비나 신광재 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정식 절차를 밟아서 정식으로 처리하는 면에서 아직도 미흡합니다. 모든 수출입할 때 언더페이가 없으면 되질 않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밖에 경제성장에 따라 더욱 심해지는 빈부 격차도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문) 베트남은 아직도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인데요, 그런 점은 문제가 아닌지 궁금한데요?

답)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를 기업인들에게 물었는데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면 정치체제는 문제가 아니라는 대답이 다수였습니다. 일부 기업인들은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회주의 체제가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서도 사회주의체제의 경직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보다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고심하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호치민에서 만나 한 직장인은 학교에서 여전히 공산주의가 필수과목이지만, 시험만 끝나면 모두 잊어버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 지금 베트남은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모델로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베트남을 따라 배우려고 하는 나라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베트남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요?

답)베트남은 위로부터의 경제 개혁에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인데요, 경제 개발을 위한 내부의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국제금융기관들의 지원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베트남은 이같은 외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철저한 개혁 조치를 지속적으로 펼쳤고, 미국 등 과거 전쟁을 했던 나라들과의 관계도 과감하게 개선했습니다. 그러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오게 됐고, 이는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하는 좋은 결과를 낳았는데요,

베트남의 개혁개방 초기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개발도상국들이 눈여겨 볼 만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였습니다. 오늘 순서를 마지막으로 베트남 개혁개방 23주년을 맞아 보내드린 특별방송을 모두 마칩니다. 애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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