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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EU, 범유럽 금융감독기구 신설


유럽연합 EU가 유럽 대륙 전체의 금융을 감독하는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앞으로 새 금융위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고 그밖에, 유럽 통합이 보다 강화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요. 조은정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문) 유럽연합 EU의 전체 금융 분야를 관리하는 감독기구가 내년에 창설된다고요?

답) 예. 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임을 갖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금융의 감독과 규제에서 유럽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가 2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문) 금융을 감독한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청취자들에게 좀 설명을 해 주시죠.

답) 금융이란, 금전을 융통하는 일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이자를 붙여서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일과 그에 따른 수입과 지급관계를 통틀어 금융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금융 감독은, 돈을 전문적으로 융통하는 은행과 증권회사와 같은 금융기관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하는지를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처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문) 지난해 말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바로 그러한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죠. 그럼 새로 생기는 유럽연합의 금융감독기구 두 곳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답) 우선, 방금 말씀하신 데로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기구가 유럽연합에 신설되었습니다. '유럽 금융체계 위기관리 위원회' ESRB 인데요, 거시적으로, 금융시장 전체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기구입니다. 유럽에서 금융 안정에 이상이 감지되면, 예를 들어 대규모의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면, 이 기구가 각 회원국에 경보를 발령하는 기능을 맡게 됩니다. ESRB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감독 기구 대표로 구성됩니다.

문) 이번에 신설된 유럽연합의 또 다른 금융감독 기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답) 유럽금융감독체계, 약칭 ESFS라고 하는데요. 협소한 의미로 보면, ESFS는 보다 집중적으로 금융업계 특정 분야를 감독하는 기구입니다. 크게 증권과 은행, 그리고 보험 시장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관리되는데요. 프랑스 파리에는 증권 관련 감독기관이, 영국 런던에는 은행 관련 감독 기관이, 그리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보험 관련 감독기관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 기구는 개별 회원국 감독 기관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문) 금융 시장 전체, 그리고 특정 금융분야로 나뉘어 감독이 이뤄지는 군요. 그런데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됩니까?

답) 개별 금융회사가 투자자를 보호하는지, 불법 영업행위를 하지 않는 지 등 일상적인 감독 기능은 여전히 회원국 감독기관이 맡게 됩니다.

문) 이렇게 유럽전체를 관할하는 금융감독기구들이 신설된 배경요인은 어떻게 진단해 볼 수 있겠습니까?

답) 감독 및 관리 기능이 강화된 유럽 식 경제유형이 유럽연합에 의해 정식 채택되었다고 보겠습니다. 유럽식 경제 유형은 국가의 개입이 큰 특징을 보이고요. 이에 반해 영국-미국식 유형은 기업에 최대한의 자유를 주면서 경제를 시장 흐름에 맡기는 것입니다.

문)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프랑스와 독일이 정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유럽식 경제유형을 특히 강하게 주장해 왔죠?

답)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일 영국과 -미국식 경제유형이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고 되풀이 비난한 뒤 전 세계가 유럽식 경제유형의 승리를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국가 이외에도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관리, 감독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주요 20개국이 경제 위기에 직면해 금융계의 과도한 상여금 지급 관행과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등 전례 없는 금융체계 개혁을 추진했다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유럽 전반에 걸쳐 금융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기구 창설 방안에 대해 영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영국은 유럽연합의 과도한 금융규제 추진을 우려해 왔습니다. 국제금융가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는 런던의 영향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데요. 하지만 영국이 기구 창설에 끝까지 반대하지 않고 찬성으로 돌아 선 것은 감독 기구의 권한을 제한하는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문) 그것이 무엇이죠?

답) 우선 감독기관은 각 회원국의 예산 지출 방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습니다. EU는 감독기관의 결정 사항이 개별 회원국의 재정 권한을 침해할 수 없으며, 이의를 제기할 경우 EU 법원이 심판하도록 합의했습니다. 또 특정 국가가 신규 감독 기구의 긴급구제금융 명령을 거부하려 할 경우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27개 EU회원국들 가운데 14개 국가들이 이에 찬성하면 최종적으로 명령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문) 유럽 전체 금융 분야에 대한 감독이 단일화 된 것은 유럽연합의 통합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되겠죠?

답) 예. 유럽연합은 최근 환경 및 통상분야에서 각종 법규와 규제조치를 EU 당국 중심으로 단일화했습니다. 또, 최근 정치적 통합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기도 했는데요. 바로 리스본 조약이 12월 1일에 정식으로 발효된 것입니다.

문) 리스본 조약은 유럽연합의 '작은 헌법'으로도 불리고 있지 않습니까?

답) 예. 헌법이라 함은 국가의 뼈대를 일컫는 말인데요. 이만큼 유럽연합의 중요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스본 조약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정치, 경제적 통합과 이를 이끌 집행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뼈대입니다. 외교와 안보까지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본 틀을 갖추게 됐고요, 유럽을 대표하는 결정권을 지닌 법적 공동체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유럽연합은 조만간 유엔에서 '준 국가' 지위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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