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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정상회담 전문가 진단과 전망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북한 방문 일정이 발표되면서 북 핵 문제는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커서 현재 교착상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한 두 정상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북 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에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이번 회담이 북 핵 문제에 대한 견고한 미-한 공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한국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한 정상이 그랜드 바겐에 의견 일치를 봄으로써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통한 북 핵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랜드 바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확실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제안했었습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낼 한국과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미국 두 정상 간에 공감대가 만들어짐으로써 그랜드 바겐 이행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조민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미-북 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은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그랜드 바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는 것은 대북 협상에 있어서 국제공조 체제의 기본방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 협상 과정의 과거 패턴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의지 표명이 있었듯 한-미 간의 공동입장이 합의됨으로써 북한의 태도, 공이 북한에 넘어갔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를 강조한 것은 북한을 비롯한 중국 등 관련국들에게 미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랜드 바겐 구상에 대한 두 정상의 합의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구갑우 교수는 “그랜드 바겐 구상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한 간에 얼마나 의견 접근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이 다음 달 8일로 발표되고 미국이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섬에 따라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 핵 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도 주된 관심사입니다.

미-북 대화를 통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긴 쉽지 않겠지만 북 핵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한국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보즈워스 특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하는 만큼 김정일 위원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외교를 책임지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구갑우 교수는 “북한으로선 2002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으로선 2002년 켈리 차관보 경험을 돌아보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거에요 그런 점에서 이번 양자대화에서 6자회담 복귀가 의제로 제기되기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도 리근 북미국장이 미국 갔을 때 ‘6자회담을 부정하지 않았고 제재가 해제되지 않더라도 대화는 할 수 있다’고 얘기했거든요. 북한으로선 긍정적 신호를 보낸 거고 미국의 필요성하고 결합된다면 일정한 진전을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02년 당시 켈리 차관보의 방북으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후 미-북 관계는 크게 악화됐었습니다.

구 교수는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며 미국에 선물을 줄 가능성이 크고, 미국 역시 패키지 딜의 일환으로 대북 식량 지원 등을 약속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북 양자대화를 안전보장과 관계 정상화 등을 위한 협상장으로 활용하려는 북한과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미국과의 인식 차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 핵 국면이 협상국면으로 전환될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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