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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문제연구소 발표 친일 인명사전 논란


한국의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8일 4천3백 여명의 친일 행적이 기록된 '친일 인명사전'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독립유공자 20 명도 포함돼 사전에 수록된 인사들의 후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의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일제시대 민족 반역자와 부일 협력자들의 행적을 기록한 ‘친일 인명사전’이 논란 끝에 공개됐다면서요?

답) 네, 그렇습니다. 민족연구소는 8일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묘소 앞에서 '친일 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인명사전을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친일 인명사전은 3권, 3천 여 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4천3백89 명의 친일 행적이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친일 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윤경로 위원장]

“한국 현대사의 중용한 역사적 과제, 그 것을 학문적으로 푸는 단초를 열었다는데 첫 번째 의의가 있고요…”

수록된 인물 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국무총리, 언론인 장지연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 화가 김기창, 극작가 유치진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친일 행적도 수록됐습니다.

문) 이번 인명사전에 수록된 유력 인사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네,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39년 '일제에 충성하겠다'는 혈서를 쓰고 일본 만주군에 들어가 복무했고, 장면 전 총리는 친일 천주교단체의 이사직을 맡아 친일 사전에 포함됐습니다. 일부 독립유공자들의 친일 행각도 밝혀졌습니다.'시일야방성대곡'을 써 독립운동가로 알려졌던 언론인 장지연은 총독부 기관지에 7백여 편의 글을 실은 이유로, 동아일보 사장과 부통령을 지낸 김성수는 "대동아 전쟁에 참전하라"고 촉구하는 글을 여러 차례 쓴 것으로 드러나 역시 친일사전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문화예술인 가운데는 일제를 찬양하는 노래를 다수 만든 작곡가 안익태와 홍난파, 공연 수익금을 국방헌금 등으로 일제에 헌납한 무용가 최승희가 친일 사전에 기록됐습니다.

총독부 외곽단체인 조선문인협회 발기인이었던 소설가 김동인과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시를 쓴 시인 서정주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 2명은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문)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 네, 행정안전부는 9일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친일 인명사전’에 훈.포장을 수여한 독립유공자들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해당 부처에서 사실관계 확인 후 훈.포장 취소를 요청하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훈.포장 취소 여부는 해당부처인 국가보훈처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독립유공자의 경우 3단계 심사를 거쳐 신중하게 선정되나 만약 사실관계를 확인해 훈.포장 취소를 요청하면 국무회의에서 취소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문) 이번 ‘친일 인명사전’은 8년 간의 논란 끝에 만들어졌는데,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답) 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출범한 2001년부터 8년 동안 교수와 전문 연구자 2백 여명이 관련 자료를 모으고 분석했으며 20여 개 전문 분과 심의를 거쳐 친일 인물을 선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또 7억원에 달하는 국민성금이 모이는 등 시민 주도로 사전이 완성됐다며 사전 편찬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를 고백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독립유공자 자손 장병화 씨]

“정부 차원에서 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는데, 개인 민간단체가 국민의 힘으로 했다는 것에 대해서 더 감회가 깊습니다.”

8년이나 걸린 만큼 ‘친일 인명사전’이 발간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의 80%가 이탈하면서 재정이 흔들렸고, 2003년에는 국회가 연구예산 5억원 전액을 삭감해 편찬작업이 좌초될 위기까지 처했지만, 국민성금 덕에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문) 그런데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인사의 후손들이나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심하다죠?

답) 네, 그렇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인명사전' 발간에 보수단체와 사전에 수록된 인사의 후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소 측은 애초 숙명아트센터에서 보고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일부 후손과 보수단체의 항의로 아트센터 측이 대관을 취소하자 백범 묘소 앞으로 장소를 옮겨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측도 앞서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에서 박 전 대통령이 조선 독립군 토벌에 참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위암 장지연 선생 기념사업회도 선생이 친일성 글을 기고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론통합국민운동본부와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단체 20여 곳은 서울 숙명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족문제연구소가 건국을 부정하고, 정략적 목적에 따라 친일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민족문제연구소의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전해주시죠?

답) 네, 친일 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앞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해 발표에서 보류된 3백84 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는 등 보완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어, 일제 협력단체 사전과 식민지 통치기구 사전 등 20여 권의 친일문제 연구총서를 2015년까지 완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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