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뉴스를 통해 한국사회의 흐름을 알아보는 강성주 기자의 서울통신 시간입니다. 서울의 강성주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문) 지금 한국은 충청남도 공주와 연기군 일원에 건설하고 있는 행정중심 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을 놓고, 원래 계획대로 할 건인지 아니면 수정할 것인지 논란이 한창인 것으로 압니다. 세종시는 원래 한국의 중앙부처가 옮겨 가기로 돼 있는 행정중심도시로 계획된 것이지요?
답) 네, 세종시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계획이 돼 2년 전인 지난 2007년 7월 20일 기공식을 갖고 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토지 보상 등으로 벌써 5조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됐습니다.
원래 계획에 따르면,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9개 중앙부처와 2처 2청과 산하기관 등 모두 36개 기관과 공무원 1만 여명이 세종시로 옮겨 가고 완공될 경우 인구 50만 명 규모의 신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세종시의 위치는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에 걸쳐서 73 평방킬로미터, 2천2백만 평 정도 됩니다. 현 서울시 면적의 9분의 1 정도 규모입니다.
문)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성격의 세종시를 원래 계획대로 건설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답)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세종시를 원래 계획대로 건설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돌다가, 얼마 전부터는 충청권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로 임명해 이 일을 큰 반발 없이 처리하려고 한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새로 취임한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경쟁력, 남북한 통일 이후 통일한국의 미래, 해당 지역 발전 등 세 가지를 고려할 때, 행정복합도시로서 세종시를 원래 계획대로 건설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운찬 총리의 지난 4일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현재대로 세종시가 건설되면 예산은 예산대로 들면서도 당초 기대했던 복합도시는 실현 불가능합니다. 행정의 비효율도 문제입니다. 국회와 행정부, 그것도 행정부의 일부가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국가는 물론 충청지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정 총리는 그래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여론을 수렴한 뒤, 내년 1월까지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회는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 장관 8명과 민간인 명망가 15명 정도 등 25 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됩니다.
문) 그러면 세종시 건설에 관한 내용을 처음부터 알아 볼까요? 세종시 건설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지요?
답) 그렇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충청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서 충청도 지역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해서 본인의 표현 그대로 “재미를 좀 보고”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 등 여당은 2003년 12월 <신 행정수도 특별조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신 행정수도 건설은 수도를 옮기는 천도에 해당하는 국가 중대사로서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신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이 특별조치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5년 3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을 만들어, 2007년 7월 행정도시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문) 그러면 세종시는 행정복합도시가 아니면, 어떤 성격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건가요?
답) 네, 세종시를 행정도시로 건설하는데 반대하는 측은 정운찬 총리로 대표되는 정부와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 의원들, 소위 보수적인 시민단체와 언론 등입니다. 반면에 원래 계획대로 건설하자는 의견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 의원들, 그리고 소위 진보적인 시민단체와 언론 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측은 현재의 계획으로는 50만 인구의 자족도시가 될 수 없다는 점, 정부 부처가 나뉘어져 있어 행정의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점, 남북통일이 되면 세종시를 다시 이전하든지 건설해야 한다는 점들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세종시를 행정이 아니라, 과학.지식.교육.산업 도시로 성격을 바꿔야 자족도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학도 2,3개 유치하고, 연구소, 대기업 등을 유치해 포항, 구미와 같은 도시를 만들어야 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원래대로 건설하자는 측은 이것은 법에 규정돼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여러 차례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인데, 이것을 지금 와서 바꾼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 이 문제에 대한 한국민들의 여론은 어떻습니까?
답)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처음 이 문제가 공식화 되기 전까지는 찬반 의견이 비슷하게 나오다가 지난 10월 2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에는 9개 부처 이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발언 한 뒤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9월 말 조사에서는 원래 계획대로가 42.4% , 백지화해야 한다가 46.7%로 수정을 지지하는 의견이 더 높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있은 뒤인 10월 31일의 여론조사에서는 원래대로가 48.7%, 백지화 해야 한다가 39.4%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볼 때, 세종시 문제는 내년 1월 정부가 여론을 수렴해서 새로운 계획을 제시할 때까지, 어쩌면 그 뒤까지도 계속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