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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증가는 정권에 양날의 칼’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들도 이 같은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북한사회 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1만9천 명이던 가입자 수가 6월 말에는 4만8천 명으로 늘었고, 9월 말 현재 1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난 해 12월 15일 휴대전화 서비스가 다시 시작된 이후 매 분기 마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인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휴대전화 사용자의 급증으로 북한 내부에서의 통신 활동이 훨씬 쉬워지고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처럼 사용자가 급증하면 현대 통신기술의 수혜자가 되는 거죠. 그럼으로써 생활이 훨씬 편리해지고, 그 다음엔 내부에서라도 정보의 유포, 전파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지난 2004년 북한을 탈출한 김 연구위원은 평양에서 처음으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던 2002년 말을 예로 들면서, 당시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자신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과학기술이라며 좋아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 변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면서, 특히 평양 이외의 지역으로 통화가능 지역이 확대되면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남으로써 사회의 다양성이라든가 개방이 되는 면들, 실질적으로 개방이 됐을 경우 개방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이런 면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동용승 팀장은 한국에서는 휴대전화 발전이 정보통신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하지만 북한의 경우 산업기반이 없기 때문에 당장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일성대학 교수 출신인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북한이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만큼 이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결국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커서 전반적인 IT 업종에 대한 관심도가 증폭되고 거기에 대한 투자나 정책적인 지원이 많이 되겠죠.”

이런 가운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소재 스탠포드대학의 피터 벡 연구원은 휴대전화가 북한 정권에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대전화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와 동시에 주민들의 정보 공유가 쉬워지면서 정권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휴대전화 가입자 수 급증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피터 벡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 내에서 전국적인 통화가 가능하고, 통제 범위를 벗어나 외부와의 연계도 쉬워진다면 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보가 많이 흘러나올 거고 또 흘러 들어갈 거고, 그 다음에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것들이 확산될수록 정부나 당국의 통제가 어려워지는 그런 쪽으로 되겠죠.”

김 연구위원은 그렇게 되면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업을 중단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스탠포드대학의 피터 벡 연구원도 과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언제든지 휴대전화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당국은 체제유지와 경제 발전이라는 2개의 목표가 상충할 때는 늘 체제유지를 우선해 왔다는 것입니다.

피터 벡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체제 위협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통한 정보유통의 확대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이득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언제 휴대전화 사업 중단이라는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벌써 핸드폰 보급했다가 거둬 들였다가 다시 통제했다, 이런 것이 몇 번 반복을 했어요 벌써. 그런데 이제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는 거죠, 선진화의 흐름을…”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발전과 관련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계구도의 안정적인 연결, 정치적 자신감, 핵이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런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면 거기에 대해 상당히 과감하게 나갈 가능성이 있어요.”

동용승 팀장은 북한의 휴대전화사업이 개방과 연결돼서 외국 자본의 투자가 확대된다면 경제 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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