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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6자회담 발언, 중국 겨냥한 것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거론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중대한 입장 변화로 해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판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매우 신중하면서도 유보적인 미국 국무부의 입장과도 일치하는 것인데요, 김근삼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6자회담도 가능하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에 대해, 미국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기 보다는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 think it's also a specific effort to try to appease the most important country for North Korea…"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씨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인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한 것이라면서, 핵 보유국으로서 6자회담에 복귀하려는 북한의 입장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소위 '미소 공세 (charm offensive)'로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내고, 미국, 일본과는 긴장 완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북 핵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견해는 북한의 태도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해군대학의 조너던 폴락 교수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I do not see this as a serious statement. Kim's message was designed for Chinese ears, not for American ears…"

폴락 교수는 김 위원장의 6자회담 발언을 진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번 발언은 미국이 아닌 중국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 거부에 따른 부담을 덜고, 중국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구실을 제공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폴락 교수는 이어 김 위원장이 다자회담 복귀 전에 미-북 간 관계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2005년 9.19 공동성명이나 2007년 2.13 합의 등 비핵화 의무에 대한 언급은 없다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북 간 양자회담은 최대한 길게 가져가고, 이후 핵 협상에는 미국의 의도와 상관 없이 핵 보유국으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전략문제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계속된 '미소 공세'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원하는 발언을 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이에 대한 검증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6자회담 복귀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김 위원장이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t's very important because the other parties particularly US and South Korea…"

시걸 국장은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 핵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해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걸 국장은 특히 김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미국과 다른 당사국들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더욱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미 해군대학의 조너던 폴락 교수는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기대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Kim makes no reference what so ever to restraining and rolling back the North's renewed nuclear activity…"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을 언급했지만 영변 핵 시설이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으며,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폴락 교수는 이어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협상이 아닌 대화에 나서 입장을 보다 분명히 밝힐 수 있겠지만, 조속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현재로서는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스 국장은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원하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양자회담을 갖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근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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