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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 '양자-다자 핵 협상 하겠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한 양자 및 다자 회담에 참여할 뜻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6자회담 불참을 강력하게 밝혀온 북한이 다소 유연한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교착상태에 놓인 북 핵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일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 중인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접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이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9월18일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호금도(후진타오) 동지의 특사인 대병국(다이빙궈) 국무위원과 그 일행을 접견하시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평양발 기사로 김 위원장이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자 및 양자 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은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견지할 것이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양자 및 다자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자신들의 평화적 우주 이용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절대 불참을 천명해 온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안팎에선 북한의 이 같은 변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6자회담 복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북한의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양자대화는 미국과의 단독 회동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다자회담이라는 표현은 곧바로 6자회담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다자회담이 기존의 6자회담인지 변형된 6자회담 또는 6자 가운데 일부 국가를 배제한 형식을 뜻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더라도 북한이 모종의 전제조건을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다자회담에 대한 열린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최근 가능성이 무르익어 온 미-북 양자 접촉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양자 회동에 대해서 김 위원장이 이런 얘기를 하고 다자회담까지도 얘기를 꺼냈다는 것은 결국에 양자 회동은 충분히 한다라고 하는, 북한도 준비가 돼 있다, 양자 회동의 가능성을 오히려 더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 특사의 방북을 요청한 상태이고, 미국도 조만간 양자대화의 시기와 방식 등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이번 전향적 발언이 중국 주석의 특사와의 접견 자리를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대북 지렛대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또다시 부각될 전망입니다.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북 핵 협상이 미-북 양자구도로 쏠리는 것을 견제하면서 6자회담 구도를 유지하려는 중국 입장을 북한이 일정 정도 배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이번에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강조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전달함으로써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버리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후 주석은 친서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증진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목표"라면서, "중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함께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게 "북-중 간 전통 우호관계는 선배들이 물려준 귀중한 전통"이라며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고위층 교류와 각 분야의 협력을 통해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간 특수한 혈맹관계를 새삼 강조한 것입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모종의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서 북 핵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유지하는 6자회담 구도를 북측에 설득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회담을 해야 되는데 그 구도가 양자회담 보다는 중국이 주도하는 회담의 구도로 가야 된다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모종의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그런 형식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는 근본적으로 다자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대내외 환경의 현실을 북측이 스스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후계체제 수립을 위한 안팎의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2012년 강성대국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미국과의 양자회담만 고집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입니다.

"물론 자기들이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과의 단독 양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풀고 그 것을 이행하는 것을 미국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을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을 북한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일종의 전술적 입장 표명이라고 봐야 되겠죠."

한국 외교가에선 다음달 초 북한을 방문해 양국 수교 60주년 행사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전후로 북한의 보다 진전된 입장이 또 다시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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