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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 전망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은 사실상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의 대북 지원 사업이 계속될 수 있을지,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재개될지 등을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북한의 식량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반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의 지원 활동 현황이 궁금합니다.

답) WFP는 재정 부족으로 당초 북한에서 목표했던 사업의 15%만 수행할 정도로 지원을 대폭 축소했었는데요. 지난 7월에는 WFP 평양사무소장이 베이징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북한의 심각한 식량 상황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기부를 호소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두 달 여가 지난 현재, 상황은 똑같습니다.

WFP의 제니퍼 파밀리 대변인은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WFP의 대북 지원 사업은 여전히 심각한 재정 부족에 처해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라면 6백20만 명에게 식량 지원을 해야 하지만 현재 수혜 대상을 4분의 1로 축소하고 모든 사업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현재의 WFP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은 오는 11월 말로 시한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존 사업의 4분의 1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지원이 계속될지 여부도 담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WFP는 어떤 입장입니까.

답) 재정만 확충된다면 계속 식량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WFP는 북한 긴급 구호 활동에 필요한 5억4백만 달러 가운데 15%밖에 조달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제니퍼 파밀리 대변인의 말, 들어보시죠.

파밀리 대변인은 WFP는 대북 지원을 계속 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하루 하루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더 국제사회의 기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저희가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가 공동으로 북한에 작황 실사단을 파견해 정확한 식량 필요 정도를 측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드렸었는데요. 북한의 올해 작황이 좋다 해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확량에는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만성적인 식량난이 만연해 있어 재정만 확충된다면 연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에 주재한 유엔 기구들 가운데 가장 직원 수가 많고, 현지 유엔 기구들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WFP가 북한 내 필요가 여실한데도 당장 재정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계속하지 않을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문) 올해 수확량은 추수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WFP가 파악하고 있는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도 대북 지원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은데요.

답) WFP는 지난 여름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북한 내 식량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파밀리 대변인은 북한의 전반적인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며 WFP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주민의 4분의 3 가량이 최근 음식 섭취량을 줄였고,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산나물 등을 뜯어먹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처럼 대폭 줄어든 가운데 과거 북한에 대한 최대 식량 지원국이었던 한국 정부의 지원 재개 여부도 관심사인데요.

답) 네, 남북관계 등 복잡한 정치 상황 등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지원 역시 올해 안에 재개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관측입니다. 게다가 올해부터 지원 형태가 무상 지원 형식으로 바뀐 것도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연구위원의 설명, 들어보시죠.

“한국 정부에서 지금 도와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요. 작년에 안 갔지만 재작년까지 차관 형태로 주는 걸로 돼 있었는데 이게 작년에 국회 통과할 때 바뀌어서 이제 무상 지원으로 전환되었거든요. 무상 지원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모니터링 등에 대한 논의 없이 무작정 주기는 어려워요.”

지난 해 12월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올해 대북 식량 지원 예산 3천5백20억 원을 무상지원 사업으로 편성했었습니다. 쌀 지원 예산을 무상으로 편성한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요.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차관 형식과 세계식량계획, WFP 등을 통한 무상 간접지원을 병행했었습니다. 쌀 차관은 2012년부터 돌려 받기로 돼 있습니다.

문) 차관 지원과 무상 지원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 차관 지원은 나중에 돌려 받는 조건으로 식량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무상 지원은 그냥 공짜로 주는 것입니다. 무상 지원의 경우 WFP와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이 지원 받은 식량을 제대로 전달하는지 확인하는 등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차관 형식은 나중에 돌려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에 개입하기가 사실상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 정부 측에서 1 년에 한 두 차례 그냥 견학 식으로 가서 둘러보고 오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WFP의 경우 무상 지원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으면 식량도 없다’, 이른바 ‘노 액세스, 노 푸드’ (No Access, No Food)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 어떻게 보면 식량이 필요한 계층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또 이제는 받고 나서 되갚을 필요가 없어 북한 입장에서도 무상 지원은 더 나은 대안일 것 같기도 한데요.

답) 네, 하지만 다른 측면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오히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제는 공짜로 그냥 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차라리 차관 형태라면 나중에 받을 거니까 좀 쉽게 준다고 하지만 이제는 무상 지원으로 전환되었으니까 주기가 더 어려워졌죠. 지금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당분간 아마 (한국 정부의) 쌀 지원이 이뤄질 것 같지가 않네요.”

올해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쓰일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쌀 40만 t, 비료 30만 t을 지원할 수 있는 6천4백37억 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이 돈이 한 푼도 쓰이지 않고 고스란히 남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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