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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국제사회에 건재 과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자신과 관련한 건강 이상설을 상당 정도 불식하고 국내외에 건재를 알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어 만찬을 갖는 등 장시간 공개행보를 통해 자신의 건재를 국제사회에 보여줬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8월 뇌혈관계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최근까지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기로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면담 사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수척해 보이긴 했지만 미소를 짓는 얼굴 표정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병색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스틸 사진 외에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김 위원장의 병세가 실제 어느 정도 호전됐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장시간에 걸쳐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건강 상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직접 확인하지 못해 단언할 수 없으나, 3시간에 걸치는 공식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 예전보다 양호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를 지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이번 방북으로 북한은 '미국과의 국면 타개'라는 소득 외에도 '건강 이상설 불식'이라는 부수입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면담 목표는 현안 해결이고 결과론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죠. 만일 김정일 건강이 나빴다면 초청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

조 팀장은 "이번 면담을 국방위원회가 주최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직접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국방위원회가 실질적인 북한의 통치기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지휘 아래 주요 정책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방위원회 주최 만찬과 관련 "2001년 중국 공산당 조직부장이 방북했을 당시 국방위원회 주최의 만찬이 열리는 등 처음은 아니"라며 "다만 국방위가 주최한 만찬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예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국주재 북한 외교관을 지낸 홍순경 탈북자 동지회 회장입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했다, 그가 김정일에게 빌었다는 식으로 내부적으로 교육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김정일이 위대한 수령이다'라는 이미지를 높이면서 수령의 아들이 대를 이어 후계를 계승하는 그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느 때와 달리 신속한 북한 관영 언론들의 보도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정치적 의제로 삼아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미 카터 미 전 대통령이나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방북할 당시와 비교하면 비교적 신속하고 자세하게 회담 내용 등을 보도했다"며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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