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광산업체 임직원이 중국에서 국가기밀 절도와 간첩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호주 정부는 중국 당국의 조치에 법적 하자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중국과 호주 간의 철광석 가격 협상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문제의 호주 광산업체에 대해 알아보죠. 어떤 회사입니까?
답) 리오 틴토라는 이름의 회사인데요, 영국과 호주의 합작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세계 3위의 광산업체로 호주에서는 제일 큰 규모인데요, 중국에 철광석을 수출해 왔습니다.
문) 이번에 중국 당국에 체포된 임직원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답) 모두 4명인데요, 상하이 지사장 스턴 후 씨는 호주 시민권자이고 나머지 3명은 상하이 지사에서 일하던 중국 현지인들입니다. 이들은 중국 철강업계와 호주산 철강원석의 수입가격을 협상 중이었습니다. 중국은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철광석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했는데요, 그 상당 부분을 호주가 맡아왔습니다. 당연히 호주 최대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가 중국에 엄청난 양의 철광석을 팔아왔던 거죠.
문) 이 사람들이 무슨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겁니까?
답) 중국의 국가기밀을 훔치고 간첩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공안은 지난 5일 이들을 체포할 당시만 해도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다가 며칠 만에 혐의 사실을 발표했는데요, 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들의 혐의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당국이 확보해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훼손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문) 구체적인 증거가 있습니까?
(답) 중국의 관영 영자신문 '이코노믹 옵저버'에 따르면, 중국 협상단의 회의록이 리오 틴토 사에 비밀리에 흘러갔습니다. 이 회의록에는 중국이 협상장에서 마지막에 제시할 철광석 수입 가격, 중국 철강업체들의 재고 현황, 생산단가 등이 담겨 있다는 겁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산업정보를 국가기밀로 다루고 있는데요,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가기밀 절도죄와 간첩 혐의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 철광석 가격 협상은 잘 되고 있었습니까?
답) 리오 틴토가 철광석 수출업체들을 대표해서 중국 측과 협상을 하고 있었는데요, 중국의 국영 철강회사들이 가격을 크게 깎아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문) 중국 측은 어떤 근거로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겁니까?
답)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만큼 지난 해 보다 40에서 45% 정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게 중국 측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보다 10% 정도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한 겁니다. 하지만 호주 측은 한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 협상을 타결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중국이 거부했습니다.
문) 중국의 입장에서는 협상을 계속 거부하기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철광석이 없으면 경제발전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텐데요.
답) 사실 이번 가격 협상은 중국 철광석 수입량의 70%가 달린 협상이었습니다. 그만큼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중국도 나름대로 복안이 있었습니다. 리오 틴토 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바로 그것인데요, 중국 최대의 국영 알루미늄업체 시날코가 리오 틴토 사에 투자 제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리오 틴토 사가 막판에 이를 거부하고 다른 경쟁업체와 제휴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측으로서는 약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정황 때문에 중국 당국이 보복 차원에서 리오 틴토 사의 임직원들을 체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호주 시민권자가 체포된 만큼 호주 정부가 대응에 나서야 할 텐데, 호주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중국 당국이 영장이나 기소 같은 정식 사법절차를 거치 않고 호주 시민을 체포한 사실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미스 외무장관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고 중국 측에 요구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중국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크리스 보웬 금융서비스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외자 유치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